[김동열 칼럼] 텃새 부리기

2016-06-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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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김동열 (정책조사실장/이사대우)


텃새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아는지? 어느 휴일 아침에 강아지와 함께 산보를 나섰다. 그날따라 유별나게 까치들이 시끄럽다. 아파트 단지를 지키는 까치 대여섯마리가 모여서 독수리를 몰아내느라 야단법석이다. 아파트 옆 초등학교 건물 옥상으로 쫓겨난 독수리가 잠시 쉴 틈도 없이 까치들이 또 몰려들어 귀찮게 군다. 할 수 없이 독수리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위풍당당한 독수리도 자그마한 까치들이 한꺼번에 날아와서 텃새 부리는 데는 별다른 대응 수단이 없나보다.

이처럼 까치만 텃새 부리는 것은 아니다. 시골의 꼬맹이들도 텃새를 부린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시골에 살았다. 장날에 어머니를 따라서 읍내에 나가면 맛있는 풀빵을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혼자서 읍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동네 꼬맹이들이 다가와 텃새를 부린다. 괜히 시비를 건다. 나는 혼자라서 주눅이 들었다.
국제 사회에서도 텃새 부리기는 드물지 않다. 지난 주 금요일(24일)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 투표에서 찬성 52%, 반대 48%로 EU 회원국에서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반이민자 정서’라고 한다. EU 회원국들 간에는 물자와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다. 그러다보니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의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에서 이민자들이 영국과 같은 잘사는 나라들로 이동하게 된다. 영국의 이민자 순유입 규모는 2005년에 26만명 정도였다. 해마다 20만명 이상씩 들어오다가 2012년에 18만명 정도로 주춤했다. 그러다 다시 2013년에 21만명, 2014년에 31만명으로 급증했다. 영국 전체에 220만명 가량의 이민자들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영국의 저소득 근로자 계층에서는 220만명의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갔다고 느낀다. 그들 때문에 일자리도 부족하고 임금도 오르지 않는다고 불평이다. 결국 ‘브렉시트’ 결정은 차라리 EU에서 탈퇴해서, 해마다 30조원 이상의 EU 분담금을 내지 않고, 이민자들도 받지 않고, 우리끼리 잘살자고 결정한 것이다. 영국이 EU의 가난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심하게 텃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EU 전체 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EU의 5억 명의 시장을 대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있다. 영국의 런던이 유럽의 금융허브로 자리잡게 된 것도 EU 회원국이라는 데 힘입은 바 크다. 이처럼 EU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손해보고 있는 것만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이다.

영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 있다.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61만 명에다가 비공식 취업자를 포함하면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1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텃새도 장난이 아니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고충을 호소한 게 6704건이라고 한다. 그중 대부분은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사업장 내 갈등(2064건)이었다. 그밖에도 사업장변경 관련 애로사항(752건), 차별 등 일상생활 고충(523건), 질병·부상·사망(187건) 등으로 고충을 호소했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 국민들이 취업하기를 꺼려하는 업종에서 저임금을 받고 대신 일하고 있다. 소위 ‘뿌리산업’은 이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영국에서처럼 반이민자 정서가 크게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를 추계하고, 그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입국하고,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적정임금 지급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다시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텃새 부리기가 아닌, 공생과 포용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 경제로서 세계 각국과 더불어 잘 살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텃새 부리기보다는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고 모범을 보여야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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