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원 샷! 원 샷! 마셔! 어차피 암은 걸리라고 있는 거야!”
역대 최강의 ‘술꾼’ 집안이 나타났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목표도 희망도 없이 매일 술만 마시며 살아가지만, 술에 취해 춤추고 웃으며 유쾌함을 발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벨기에 출신 작가 드미트리 베르휠스트의 동명소설을 일본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가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2006년 발표 후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09년에는 반 그루닝엔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술꾼 집안에서 자란 베르휠스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비루한 삶 속에서도 서로의 희망이 되는 가족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제목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드미트리가 어렸을 때 술만 마시던 가족들에 대한 기억이 이제는 시간이 흘러 잊혀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의미하고 있다. 사물은 가족 자체일 수도 있고, 과거의 돈독함 혹은 비워져가는 술 잔일 수도 있다.
드라마 터그(극단에 상주하는 비평가로 공연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이) 김윤정은 “이 연극은 드미트리의 응어리를 술과 노래, 그리고 춤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한바탕 웃고 떠들며 애달팠던 과거를 보내고, 오늘 이 자리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과거를 지켜본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에는 극단 ‘토모즈 팩토리’가 참여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쯔카구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토모즈 팩토리’는 2012년 ‘햄릿’, 2013년 ‘고도를 기다리며’, 2014년 ‘세 자매’, 2016년 ‘바냐아저씨’ 등을 공연한 바 있다.
우수에 찬 눈빛과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드미트리 역에는 배우 장율이 캐스팅됐고, 자유분방한 발상 및 안정된 기술이 돋보이는 배우 전운종과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함을 유지하는 배우 송철호가 극의 깊이를 더한다.
배우 김보경은 13세 소녀부터 중동의 무슬림 여인 역할까지 폭넓은 배역을 소화하며, 배우 임예슬은 천부적인 감각과 생동감넘치는 에너지로 씬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우 강민규는 프랑키 역과 함께 공연의 조연출까지 맡아 존재감을 발휘한다.
연출을 맡은 쯔카구치 토모는 “세상 어디를 가든 바닥이란 곳의 모습은 닮아 있는 것같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벨기에의 어떤 시골 마을이든 말이다.”며 “연습장에서 마신 술을 토하며 고함을 질러대는 배우들을 보면 문득 고향에 돌아온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지난 23일부터 7월10일까지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