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잔 쇼크' 인도 경제 뒤흔드나

2016-06-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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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잔 중앙은행 총재 "9월 연임 없이 학계로 돌아갈 것"

인도 고성장 뒷받침한 인물…투자자 불안감 높아질 듯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인도 경제성장을 이끈 주요 인물 중 한명인 라구람 라잔 중앙은행 총재가 퇴임을 선언했다. 인도의 고성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라잔 총재의 퇴임에 인도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인도 7% 성장신화 뒤에는 라잔 총재 
중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수시로 언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인도의 성장률은 7%를 넘어섰으며, 2년 연속 이뤄낸 고성장이다. 이제 6%대 후반으로 경제성장 전망을 낮춘 중국은 물론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도 넘어선다. 

국제시장은 인도의 이같은 고성장 기반을 갖추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를 꼽고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출신인 라잔 총재가 2013년 처음 취임할 당시만 해도 인도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주식시장 역시 침체일로에 있어으며, 경제성장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취임 뒤 이뤄진 적절한 통화정책 등으로 두자리를 넘나들던 인플레이션은 이제 5% 수준으로 내려왔다. 추락하던 루피화도 안정을 찾았으며, 부실채권도 감소했다. 뿐만아니라, 라잔 총재는 인도의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러나 라잔 18일(이하 현지시간) 오는 9월 임기 완료 후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인도중앙은행 홈페이지에 직원들에게 밝힌 성명에서 "오는 9월4일 임기가 끝나면 학계로 돌아가려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면서 “학자인 내가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은 사상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 '라잔 쇼크' 인도 경제에 타격 줄 수도

라잔 총재의 퇴임은 예고된 것이 아니며, 모니 내각도 이같은 발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9일 전했다. 라잔 총재는 모디 총리와 함께 인도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 버팀목으로 평가 받아온 만큼, 그의 퇴임 소식에 인도 외환·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외국에서 대부분을 보낸 라잔 총재의 거침없는 발언과 소신표현은 정치권 특히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주요 타깃이 됐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전했다. 특히 모디 내각의 각료들과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은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라잔 총재는 금융안정을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인도국민당의 상원의원인 수브라마니안 스와미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라잔 총재의 고금리 정책이 중소기업의 불황 및 심각한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또 라잔 총재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면서 ‘정신적으로 완전한 인도인'이 아니라는 발언도 했다. 결국 이번 라잔 퇴임은 힌두 민족주의 진영의 정치적 승리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라잔 총재의 퇴임소식에 인도 경제학자들과 민간부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적인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가 라잔 총재의 연임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산업계는 물론 전세계 투자자들, 경제계 주요인사들이 라잔 총재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주요 국가에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앙은행 총재"라고 라잔을 평가했다. 인도의 최대 모기지 대출회사인 주택개발금융기업의 디팍 파레크 회장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 지가 궁금하다"고 블룸버그 퀸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주요 경제계 인사들도 그가 퇴임을 재고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라잔의 퇴임 뒤 인도의 금융과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라잔 총재는 재임시 중앙은행의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새로운 금리조정 위원회와 인플레이션 타깃을 설정을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아직 초기단계이며, 고유가·브렉시트와 같은 변수 앞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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