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저조한 물가상승률과 엔화 강세 속에서 일본의 경제 활성화 노력이 위협받으면서 15일 이틀 간 정례회의에 들어간 일본은행의 어깨가 무겁다. 특히 오는 23일에는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예정되어 있어 일본은행의 셈이 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주 일본은행의 정례회의에서 당장 부양책이 추가되지 않더라도 내달까지는 어떤 조치가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앞서 일본 경제연구센터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38명 중 25%는 이번 주 신규 통화부양책을 예상했고, 50%는 7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과감한 부양책을 지지하는 일본은행 정책위원들도 일단 내주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면서 엔 강세가 강화되고 일본은행의 엔 환율 안정화 과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의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일단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부진해서 당장 금리인상 전망은 낮아졌지만 미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달러 대비 엔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부양 프로그램인 아베노믹스가 단단히 암초에 걸렸다는 데 있다. 일본 경제는 최근 몇 분기 동안 미미한 성장률와 침체를 넘나들었고 끈질긴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도 좀처럼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13일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디플레, 지출과 투자 부진, 저조한 성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츠로 시즈오카현립대학 교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에게 한해 양적완화 규모를 기존의 연간 80조 엔에서 100조 엔으로 25%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그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대중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엔저였다. 엔저는 일본 기업들의 순익 증대에 기여했지만 기대됐던 임금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엔은 안전자산으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4일 엔은 달러 대비 2014년 10월 이후 최고를 찍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반대를 누르면서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국제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엔은 유로 대비로도 일본은행 양적완화 실시 후 기록한 낙폭을 전부 회복했다.
저조한 인플레이션도 일본은행의 끈질긴 골칫덩이다. 일본의 3월과 4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3%까지 주저앉았다. 변동성 높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일본은행의 자체의 인플레 지표 역시 4월에 0.9%에 머물며 2% 목표에 대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이것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시장을 놀래키는 데 선수다. 골드만삭스의 바바 나오히코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추가 조치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