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영조 역을 맡은 여진구를 비롯해 숙종의 최민수, 숙빈 최씨의 윤진서, 이인좌의 전광렬, 경종의 현우 등은 모두 역사 속 인물로 어느 정도 역사 속의 흐름을 탄다. 하지만 장근석이 맡은 백대길은 온전히 ‘팩션’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이라 손을 냉큼 뻗을 수만은 없는 배역이다. 한마디로 ‘도박’과 같은 배역으로 ‘연기력’이라는 판돈과 배짱이 두둑해야 ‘대박’을 낼 수 있는 위험한 캐릭터였다.
살아있는 뱀도 마다치 않은 ‘연기 열정’
결과는 말 그대로 ‘장근석의 재발견’이다. 그 재발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연기력’이다.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에 열정을 더했다. 드라마 초반 ‘살아있는 뱀’을 물어뜯는 장면에서는 그 열정이 특히 빛났다. 장근석은 이 장면을 촬영한 후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후일담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길의 처절한 생존기를 표현하기 위해 갯벌에 처박혀 얼굴만 내놓은 채 지나가는 게를 씹어먹는 장면도 마다치 않았다.
장근석에게 이번 드라마 ‘대박’은 성년이 된 뒤 3번째 사극 출연이다. 2006년 KBS 2TV 드라마 ‘황진이’에서는 황진이의 첫사랑인 김은호 역으로 사랑에 목숨도 내거는 남자를 그렸다. 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 장근석의 나이는 20세. 연기보다는 빼어난 외모로 주목받았다. 2년 후인 2008년에는 KBS 2TV ‘쾌도 홍길동’에서 이창휘 역을 맡아 잊혀진 왕자이지만 복수를 계획하고 재기를 노리는 날카로운 인물로 본격적인 사극 연기를 펼쳤다. 이번 팩션 사극 ‘대박’은 장근석이 ‘황진이’와 ‘쾌도 홍길동’을 거쳐 8년 만에 출연하는 사극이다.
사실 장근석이 ‘대박’에 출연할 당시 화면을 꽉 채우는 최민수와 전광렬 그리고 이문식 등 내로라하는 중견연기자의 기에 눌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우였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기죽지 않고 연기했다. 또한 드라마 ‘대박’을 이끌어가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여진구와의 브로맨스는 방송 내내 시청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