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는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열린 한러 외교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취임 후 처음 러시아를 방문한 윤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차원에서 러시아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장관은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국제 사회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하나가 되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과제에 충실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면서 "두 나라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결의 2270호 논의 당시 채택을 미루고 예외 조항을 삽입하는 등 '몽니'를 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와 대북제재 공조 과정에서 걸림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대북 금융 제재에 착수하는 등 제재를 이행하고 있으며 유엔에 이행 보고서도 제출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러시아가 대북 제재 이행 및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이 받는 압박은 커지게 됐다.
북한은 당장 이번 방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인 13일 '헛된 망상을 버려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보수패당이 요즘 '북핵 포기'를 위한 '대북 압박 외교' 놀음에 총출동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를 고립 봉쇄해 보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올 상반기 한국의 외교는 과거 북한에 비교적 호의적이었거나 한국에 공감대를 표하지 않았던 국가들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이뤄진 한·러 외교장관 회담은 우리 외교수장으로서 5년 만의 러시아 방문이다.
앞서 이란, 우간다 및 쿠바 방문 등에 이은 글로벌 대북압박 외교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 이번 러시아 방문은 14일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한 윤 장관의 외교 행보로 올 상반기 정점을 찍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의 불가리아 공식 방문은 1990년 수교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윤 장관은 15일 다니엘 미토프 불가리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있다.
윤 장관은 "불가리아는 남동부 유럽에서 북한의 거점 공관 (주재지)이기 때문에 북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취한 유럽연합(EU)이 의원 교류나 정치 대화 등 북한과의 포괄적인 외교적 교류도 잠정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EU가 돌아선 데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주요 원인이지만 강석주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사망으로 신뢰할 만한 대북 대화 창구가 사라진 요인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외교소식통은 RFA에 “EU와 북한 (정부 인사) 간 외교적 방문이나 의원 교류 등이 한동안 보류될 것(put on the shelf)”이라고 말했다.
EU 대변인 역시 지난 1998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난해 6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열린 북한과의 정치 대화 관련 일정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거의 매년 개최되던 정치 대화는 2011년 말 제13차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3차 핵실험 등으로 중단됐다가 2015년 6월 평양에서 재개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올 초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강경 압박 모드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