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이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일단 한진해운을 맡은 이상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대한항공 등) 다른 계열사까지 힘들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구체적인 자구책 방안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해운은 올 연말까지 약 1조원 가량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시한 4112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더해 한진그룹 차원에서 6000억원 가량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자금 마련책으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방안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계열사 지원이 없다고 못 박았던 조 회장의 발언에 배치된다. 이에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보다는 조 회장의 사재 투입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한항공의 주식 총수는 7395만538주로, 시가총액은 2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만약 50%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면 총 주식수는 약 1억900만주로 늘어나고 적정 주가는 1만8000원이 된다. 기존 주주의 청약이 100% 된다고 가정하면 50%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항공은 약 6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부채비율이 높은 대한항공에게 리스크가 크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또 한진해운으로 인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한항공 측도 유상증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부터 한진해운을 지원해왔다. 2013년 대여금 2500억원을 지급했고 이듬해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대여금 2500억원 중 올 초 300억원을 상환 받고, 나머지는 영구채 2200억원으로 전환했다.
또 2014년 한진해운이 자사주를 연계해 발행한 영구교환사채(EB) 차액 정산에 대해 총수익스왑 계약을 맺었는데, 현재 주식 전환되지 않은 잔액이 1570억원이다. 계약내용은 한진해운이 도산, 상장폐지, 이자지급 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조기정산을 해준다는게 골자다. 즉 현재 1570억원은 대한항공이 지급해줘야 하는 빚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총 지원한 금액은 약 6500억원 가량이며, 현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교환사채 157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회사채도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이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에 주관사에서는 기관투자자보다 리테일 영역에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이 나온다면 수시평가를 통해 신용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