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롯데그룹이 초토화됐다. 지난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와 법인세 등 탈루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정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보이면서 그룹의 명운이 걸린 핵심사업은 줄줄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 검찰, 롯데 일가 내부거래 본격 수사
13일 검찰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오너 일가의 수상한 내부거래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우선 검찰은 롯데가의 수사 과정에서 롯데쇼핑의 사업본부 중 롯데시네마에서 벌어지는 일감 몰아주기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3년까지 신 총괄회장의 자녀와 배우자가 주주로 구성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업체에 영화관 내 매장을 헐값에 임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네마통상 역시 신 사장(지분 33.6%)과 함께 친인척이 87%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57.8%로 최대주주였고 나머지도 신 총괄회장의 가족이 지분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회사는 수년간 영화관 내 식·음료 매장을 독식했다. 이런 방식으로 3개 업체가 수년간 올린 수익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측은 롯데시네마의 내부거래 지적이 이어지자 해당 기업을 청산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감사원 감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이런 부당 수익은 지적된 바 있다.
롯데 측의 수상한 내부거래 정황은 현금인출기 구매 사업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전자금융업 전문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롯데알미늄을 끼워 넣어 40억여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이런 식의 편법 계약을 지시한 장본인이 신동빈 회장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롯데알미늄 역시 롯데 일가의 지분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세계 10대 화학회사 포부 '먹구름'
이번 검찰 압수수색의 여파로 롯데가 추진하던 화학산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화학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 온 롯데는 최근 미국 액시올 인수를 추진했다. 롯데는 연간 매출 4조원대에 이르는 액시올사의 인수로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롯데는 검찰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10일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액시올사의 인수 철회 이유로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13일 공시했다. 결국 그룹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인수 철회의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신동빈 회장이 화학산업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이번 철회는 롯데의 입장에선 뼈아픈 결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 호텔롯데 상장 무산, 자금 공모 비상에 면세점 세력 확대 연쇄 타격
비리 의혹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무산도 롯데로서는 큰 타격이다. 호텔롯데는 그룹의 3대 기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호텔롯데에 포함된 롯데면세점은 세계 1위를 노리고 있었다.
이번 호텔롯데의 IPO(기업공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아왔다. 다음 달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모일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서 면세사업과 호텔·테마파크 모두를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시킬 구상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추진한다면 세계 1위까지도 넘볼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와 맞물린 호텔과 테마파크 사업도 순조로운 공모가 진행됐다면 큰 도약이 예상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비자금 수사의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은 결국 무산됐다. 추후 재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상장예비심사부터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향후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각종 굻직한 사업이 검토 단계 이전으로 후퇴한 것 이외에도 가장 큰 문제는 롯데그룹 조직원들의 사기 저하다. 이미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롯데의 이미지가 이제는 검찰 수사로 땅에 떨어지면서 직원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롯데 관계자는 “갑자기 진행되는 수사에 직원들이 많이 당황했지만 검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입장을 내세우긴 어렵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서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매우 악화돼 롯데라는 기업을 다니는 것으로도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