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원래 경기 형태는 매치플레이였다. 그러나 이변이 많고, 경기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매치플레이 속성으로 인해 최근 대부분 경기는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진다.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 대회에서도 매치플레이는 하나씩에 불과하다.
매치플레이는 그러나 박진감이 넘친다. 전체 스코어보다는 한홀한홀 플레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무명선수가 톱랭커를 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선을 거쳐 본대회에 나선 64명의 선수들은 이미 64강전, 32강전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16강이 가려진 후에는 네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펼쳤고, 그 결과(승점)에 따라 이날 오후 결승전, 3·4위전 및 15·16위전 등 8매치가 열렸다.
관심은 결승전에 쏠렸다. 투어 2년차 이상엽(22·JDX)과 42세의 ‘베테랑’ 황인춘(휴셈)은 다섯 매치씩을 차례로 승리로 이끌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오전엔 조별리그 마지막 매치를 한 터라 두 선수 모두 하루 두 매치를 소화했다.
결승전 전반까지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서자마자 ‘관록’이 ‘패기’를 집어삼킬 듯했다. 황인춘은 10∼13번홀에서 버디 3개를 잡고 이상엽의 보기 2개를 틈타 순식간에 4홀차로 앞서나갔다. 18번홀까지 갈 것도 없이 15번홀에서 경기를 마칠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투어 멤버가 된 이상엽의 반격은 14번홀에서 시작됐다. 황인춘이 그랬듯이 이상엽은 14∼17번홀에서 버디를 3개를 잡고 상대의 보기 1개를 틈타 4홀을 따냈다. 절망적 열세에서 ‘올 스퀘어‘(비김)가 됐다.
승부는 18번홀(파4)에서 가려졌다. 이 대회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 2위 상금은 8000만원이다. ‘한 홀 승부로 8000천만원이 왔다갔다 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황인춘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편 러프로, 까다로운 라이에서 친 이상엽의 두번째 샷은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황인춘의 세번째 샷이 홀 아래쪽 1.5m 지점에 선 것을 본 이상엽은 퍼터로 세 번째 샷을 해 홀옆 60cm지점에 볼을 갖다놓았다. 황인춘의 파퍼트가 들어가면 연장에 들어갈 상황이었으나 파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이상엽의 드라마같은 역전승이 완결됐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상엽은 2014년 챌린지(2부) 투어 상금왕을 거쳐 지난해 KPGA투어에 데뷔했다. 이 대회전까지 지난 4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거둔 1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자신의 KPGA투어 첫 승이고, 올해 투어 챔피언 가운데 최연소다. 1994년생인 그는 이 대회 최연소 챔피언(21세5개월26일)이기도 하다. 이 대회에 예선을 거쳐 출전한 그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예선통과자 우승’ 기록을 세웠다.
16강 조별리그에서 3승을 하고도 승점에서 뒤져 결승에 나가지 못한 박상현(동아제약)은 김병준을 제압하고 3위(상금 6300만원)를 차지했다. 문도엽은 지난해 챔피언 이형준(JDX)을 연장전에서 제치고 5위를, 송영한(신한금융그룹)은 돌풍을 일으킨 윤정호(파인테크닉스)를 따돌리고 7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