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 기업의 고속철 건설 합작계약 취소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은 12일 논평을 통해 "미국 엑스프레스 웨스트(Xpress West)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 합작을 약속한 중국철도국제유한공사(CRI)와의 계약을 돌연 취소한 것은 해당 기업의 무책임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엑스프레스 웨스트는 고속철 건설사업 합작업체인 CRI의 행동과 대처가 느린데다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관련 프로젝트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방미 당시 발표된 미·중 합작 고속철 프로젝트는 9개월만에 백지화가 됐다.
신화통신은 "CRI의 태도를 지적한 엑스프레스 웨스트의 입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우선 지난 10여년간 신규 건설된 세계 고속철 철도의 절반 이상을 중국 기업이 책임졌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고속철'이 뛰어난 실력과 성과로 이미 전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중국 협력사의 손을 무책임하게 놓은 미국은 '고속철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고속철로 전국 각지를 쉽고 편하게, 빠르게 이동하길 바라는 마음은 중국인 뿐 아니라 미국인도 크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추진 난이도가 높은 이번 고속철 사업에서 훌륭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돌연 중단해 미국인의 '고속철의 꿈'도 이루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엑스프레스 웨스트 측은 새로운 합작 파트너를 물색 중으로 알려졌다. 토니 마넬 엑스프레스 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 취소를 이유로 10년간 준비한 사업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면서 "연방정부가 제시한 고속철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 충족을 위해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는 미국에는 고속철을 생산할 만한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고속철 기술력 제고와 세계 시장 확대에 속도를 올리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스스로를 '고속철 세일즈맨'이라고 자처하며 고속철의 세계시장 진출에 팔을 걷고 나섰을 정도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12년간 총 1만7000km의 세계 고속 철도망이 중국의 손에서 탄생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중국 고속철의 영역을 확장해왔던 중국은 최근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최대 고속철업체 중국중차(中國中車)가 미국 시카고 교통당국으로부터 13억 달러 규모의 지하철 차량 수주에 성공했다. 선진국 시장으로의 고속철 관련 기술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중차는 지난해에도 미국 보스턴에서 5억6600만 달러 규모의 지하철 차량 284량을 수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