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늑대와 함께 춤을…

2016-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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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왼쪽),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엔 ‘맹호파낭군(猛虎怕狼群)’이라는 말이 있다. 늑대 떼가 공격하면 제 아무리 맹수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도 당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늑대의 단결력과 민첩함, 용맹스러움, 강인한 정신력을 예찬한 중국 장편소설 '늑대토템'은 중국인에게 '늑대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중화민족이 부흥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오늘 날 중국 대륙 곳곳의 늑대들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당장 16일 개장하는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먹잇감이 됐다. '중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는 재벌 완다 그룹으로부터다. 왕젠린 완다 그룹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좋은 호랑이(디즈니)도 한 무리의 늑대(완다)에 필적할 수 없다”며 완다가 중국에 있는 한 상하이 디즈니랜드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완다그룹은 '호랑이 사냥'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전국 15개 도시에 200~500억 위안씩 들여 '완다시티’라는 대형 테마파크 리조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늑대 떼 공격에 호랑이가 당해낼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삼성과 애플이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늑대 떼가 출몰했다.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 기준으로 1, 2위를 차지한 애플과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3~5위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이 싹쓸이한 것. 늑대 떼 중심에는 화웨이가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늑대 문화'를 화웨이의 정신으로 삼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 불굴의 도전의식과 강력한 공동체 의식, 시장의 흐름을 읽는 민첩한 후각이 그것이다. 얼마 전엔 삼성을 상대로 특허 소송도 제기하며 사자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반도체·전자·정보통신(IT) 등 업종에서도 늑대 떼가 사방천지에 널려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당시 ‘늑대(외국기업)가 몰려온다’며 두려워했던 중국기업들이 이제는 사나운 늑대로 변했다. 무리지어 나타난 늑대 떼 앞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제 '늑대와 함께 춤을' 추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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