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부터 일반 주택에도 설치를 하도록 법제화된 것 중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다. 무려 5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 내년 2월부터는 시행된다.
그래서 전국의 소방서에서는 요즘 이것을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감지기 설치를 먼저 의무화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확실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이 주로 목재로 만들어진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사정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는데 큰 무리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다.
다행이 최근의 화재발생 장소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로 소화기 사용 빈도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양시 덕양구의 통계를 보아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총 428건의 화재가 발생, 이중 소화기를 사용한 횟수가 48건에 이른다. 11% 조금 넘으니 적지 않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소화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경미한 화재나 사람이 없는 건물에서의 화재, 사람이 너무 늦게 발견해 이미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경우에는 초기에 소화기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중 78건이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인데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나 일반 단독 주택 등의 경우 그동안 소화기나 감지기 등의 기초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이 없어 피해를 키우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1-2만원하는 소화기 하나만 있어도 또 단돈 만원짜리 감지기만 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어느 방송을 보나 음식을 만들고 먹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많은 식재료가 있는데 그 중에 양배추는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을뿐더러 가격도 저렴해 더 없이 좋은 재료라고 한다.
지인 중에 한 사람은 야쿠르트에 양배추를 갈아 마셨더니 위장의 건강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음식인지 약인지....
그런데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식재료이기도 한데 너무 흔하고 저렴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양배추지만 사람들은 사실 양배추를 그렇게 귀하고 좋은 식재료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화기와 감기지도 이와 비슷한 운명인 것 같다. 화재 발생 초기에 소화기기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소방관 100명이 있어도 소방차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소화기는 가정집에 주차되어 있는 소방차와 마찬가지다. 미미한 화재라도 소화기 없으면 결국 모든 재산을 태우고 마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감지기도 더욱 그렇다.
단순한 장비지만 화재 초기에 경보음을 울려서 대피를 돕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잠든 사람이 화재 초기에 발생하는 소량의 연기를 인지해서 긴급히 대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든 사람이 감지기 없이 어떻게 알고 대피할 것인가 말이다.
사실 단독경보형감지기의 경우 주요 인사의 경호용품에도 들어가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외국에 출장을 갈 때 감지기를 가지고 다니며 화재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숙소의 선반이나 장롱에 올려놓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단순하지만 소화기와 감지기의 역할은 그야말로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거기에 가격도 싸다. 감지기는 설치도 편하고 소화기는 설치랄 것도 없이 그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면 된다.
더 좋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설 설치에 미온적인 것은 아무래도 양배추와 비슷한 운명이 아닐까?
요즘 우리 소방서에서는 슬로건을 하나 만들었다.
‘집집마다 소화기, 방방마다 감지기“ 가정집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을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너무 쉽고 흔해보여서 주목받지 못할까...? 우리 집에 소화기는 있나, 감지기는 있나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