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내년 나라 살림살이의 전체 규모와 항목을 결정하는 국가 예산안 편성 작업에 돌입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산실은 지난달 27일까지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요구서를 접수한 뒤 현재 1차 심의를 진행 중이다.
예년 대비 예산안 제출일자가 앞당겨지면서 예산심의 일정도 빡빡하게 짜여졌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 편성기조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일자리 및 성장잠재력 확충을 내걸었다.
기재부는 지난 3월 각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내려보낸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내년 예산 편성 시 재량지출(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을 10% 줄이고 절감한 예산을 일자리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의 경우 전체 예산 386조원 중 재량지출은 53%(203조원)로 여기서 인건비와 기본경비 등 줄일 수 없는 비용을 제외하면 168조원 규모다.
즉 최대 16조원 가량의 부처 재량지출을 줄여 고용서비스·직업훈련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과 청년·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지원,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문화산업 등 미래성장동력 투자에 쓸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2016년 지방재정협의회'에서 내년 예산안 편성 방향을 설명하면서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면서 "예산을 줄인다기보다 효율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지출 내역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올해 1∼2월 국세수입이 4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세수진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자 예산안 편성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예산안 규모를 당초 계획 대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내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는 예산안 국회 제출 후 지난해와 비슷한 12월 초까지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예결위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12월 1일 자정을 기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에 따라 여야는 늦어도 12월 2일까지는 예산안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2일 자정을 조금 넘긴 3일 새벽에 국회를 통과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취임한 박춘섭 예산실장이 주말심의를 가급적 지양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산실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야근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각 부처 예산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무관들은 연일 자정을 전후로 퇴근하는 강행군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 예산실장 역시 자신의 발언을 지키기 위해 현재 주중에 세종시에 머물며 예산안 심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각 부처 및 지자체 등에서 예산요구안을 설명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세종시 정부청사 4동에 위치한 기재부 청사는 북적거리고 있다.
예산실이 위치한 3층에는 벌써부터 예산을 조금이라고 따내기 위해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고 회의실과 휴게실 등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