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침낭과 배낭 등 장비 구입에 전·현직 고위 장성이 개입된 계약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26일~12월 4일 국방부와 각 군, 방위사업청, 국방품질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침낭, 배낭, 천막 등 군 장비 획득 비리 점검’ 결과를 1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따라 범죄혐의가 있는 전·현직 장성 6명, 대령 2명, 공무원 2명, 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참고 자료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10년 11월 침낭 개발업체인 A사의 제안을 받고 1,017억원 규모의 군용 침낭 37만개 교체 사업을 검토했다.
A사는 육사33기 출신 예비역 장성에게 3,750만원을 제공하면서 납품계약 체결을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2012년 4월 국방부 과장급 협의기구에서는 A사의 제안대로 신형 침낭을 개발하기로 했다. 연구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5년간 독점 납품 권한을 부여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결정은 B침낭업체와 친분이 있던 예비역 C대령의 청탁으로 국장급 심의회에서 다시 부결됐다. 결국 군은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1986년 개발된 B사의 구형 침낭(61억원 상당)을 납품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013년 6월 군 간부들의 민간 상용품 침낭 구매가 빈번해 야전 간부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13명(56%)이 민간 상용품 구매를 선호했다”며 “그러나 군은 A업체의 로비를 받고 자체 개발을 결정했고, 또 B업체의 로비를 받아 관련 결정을 부결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결국 장병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또 지난 2014년 4월 육군으로부터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를 제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이 업체와 110억 원 상당의 천막과 배낭 양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배낭과 천막 등 납품된 군수품 품질관리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기술품질원의 한 직원은 지난 2010년부터 1년 동안 업체로부터 1천9백여 만 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군수품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