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작업 중 숨진 19세 청년 김모 군의 사연이 대한민국을 울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들도 잇따라 사고현장을 찾아, 김 군을 추모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로 추도 물결에 가세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가방 속에서 나온 컵라면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김 군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안 대표는 30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하고 다른 글을 올렸다. 이후 김경록 대변인을 통해 “부모님 마음,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던 건데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겠다 싶어 트위터 글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그 진의가 어떻든 안철수식 여유론이 20대 국회만큼은 제대로 먹히는 것 같다. 여야 3당이 ‘일하는 국회’를 외쳐놓고, 진짜 일터인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院) 구성 협상에서 제대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서로 국회의장직과 3개 주요 상임위(법제사법위·운영위·예산결산특위)를 통으로 차지하려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밀고 당기기가 가관이다. 급기야 더민주는 캐스팅보트가 된 국민의당과 합심해 ‘국회의장 자율투표’란 엄포로 새누리당 압박에 나섰다. ‘협치’는커녕 ‘협박’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여야가 원구성 협상에 여유를 부리는 것은 지난 국회에서 배운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13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단 한 번도 원구성 협상을 법정시한 내 마친 적이 없다. 세비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무려 28년간 ‘무책임’을 인증한 셈이다.
20대 국회마저 ‘지각 개원’을 반복한다면, 앞서 김 군을 추모하던 정치권의 말은 공수표가 되고 만다. 김 군의 어머니가 추모현장에서 “아들을 책임감 있게 키운 게 미칠 듯 후회된다…개죽음만 남았다”는 절규를 여야가 아로새긴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