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쥔위안(齊俊元)이 그랬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11년 온라인 건강관리 종합 플랫폼을 창업했다. 250만 위안(약 4억5000만원)의 엔젤투자금도, 30여명의 고급인력도 확보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였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관리 경험 미숙으로 업무효율성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창업 초기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성공한 기업의 특성이다.” 그는 최근 중국 스타트업 전용 미디어인 테크노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낸 게 기업의 업무 관리와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기업용 협업 툴 ‘팀비션(Teambition)’이다. 영어 단어로 조직을 뜻하는 팀과 야망을 뜻하는 앰비션의 합성어로 모든 사람의 꿈을 이뤄준다는 뜻이다.
지난 2013년 6월 출시된 팀비션은 ‘스타트업의, 스타트업에 의한, 스타트업을 위한 협업 툴’로 입 소문이 나며 2년 여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팀비션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수만 100만 개가 넘는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어 한국어 버전으로도 출시돼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팀비션을 도입한 기업들이 꽤 있다.
팀비션의 대표 치쥔위안은 1990년생 상하이 출신의 전형적인 주링허우(90後)다. 대학교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적부터 과학실험에 푹 빠져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국내외 과학경진대회에도 출전해 트로피도 여러 번 거머쥐었다. 이 천재 과학소년을 중국 명문대인 상하이교통대에서 입학 시험도 치르지 않고 모셔갔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연구실에 처박혀 과학연구만 하기보다는 직접 발명품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데스크톱 PC, 레이저프린트, 마우스 같은 발명품을 만든 제록스처럼. 그래서 그가 대학에 진학해 선택한 전공도 경제경영이다.
그는 직접 스타트업을 꾸리면서 당시 기존의 기업용 협업 툴의 부족한 점을 꿰뚫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이 기업 관리자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작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취약했다는 것이었다.
팀비션은 조직원끼리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소통과 협력하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직원들은 각자 속한 프로젝트 별로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업무를 배치하고 프로젝트 진전 상황을 공유한다. 메신저·게시판 ·파일 공유및 전송·일정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팀비션은 신속하고 즉각적인 협업을 지원한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확보에 더 신경쓰기 위해 이 모든 기능을 무료로 제공했다.
최근엔 중국판 오피스로 불리는 ‘WPS 오피스’, 웹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드롭박스 기능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상호 연결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단, 기업 관리자용 서비스는 유료화했다. 기업 회원들은 연회비 4999위안(약 90만원)을 내면 매주 각 프로젝트 진전 배치상황, 직원 별 업무효율성, 조직관리, 기업 내부 통계가 담긴 보고서는 물론 전문 컨설팅 자료도 받아볼 수 있다. 팀비션은 이밖에도 특정 기업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협업 툴 솔루션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팀비션의 야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엔 2014년엔 스마트 스케줄 관리 어플인 ‘진톈(今天)’, 기업 용 메신저 '젠랴오(簡聊)'도 출시했다.
3명이 모여서 시작한 팀비션은 어느덧 직원 수 100명의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본사는 상하이 장장(張江)첨단과학구에 소재해 있으며, 베이징·선전·난징·항저우·청두 등 주요 도시에 사무소도 운영하고 있다.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지난 해 9월 IDG캐피털 등으로부터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해 모두 1200만 달러를 조달한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