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의사들이 이용한 모바일 메신저가 ‘메드링커(MedLinker)’다. 중국어로 ‘이롄(醫聯)’이라 불리는 중국 의사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의사들은 실명 인증을 통해 여기에 가입해 학술토론을 벌이고, 치료방안이나 임상실험 결과를 서로 공유한다. 여기에 등록된 의사 수만 40만 명, 중국 전체 의사 5명 중 1명 꼴로 메드링커에 가입해 있어 중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 이름을 따서 ‘의사들의 위챗’이라 불린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의료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중국의사협회에 따르면 매년 중국내 진료환자나 침상 수는 10%씩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의사 수는 매년 평균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구가 워낙 많으니 의사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의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국 의료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메드링커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의료인력이 부족한 중국에서 의사들을 상호 연결해 줌으로써 의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메드링커를 만든 주인공은 1987년생으로 올해 겨우 30세인 청년 의학박사 왕스루이(王仕銳) CEO다. 쓰촨대에서 구강외과 박사 학위를 따고 2013년부터 방문학자로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유학 경험도 있는 중국 의학계 엘리트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변화하는 중국 의료시장에 주목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을 각 병원에 일괄적으로 배치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의사들도 자유롭게 병원을 옮겨 다니고, 경쟁력 있는 의사는 각 병원마다 서로 스카우트 해서 데려가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때 마침 미국에서도 과학자들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리서치게이트’, 의사를 위한 SNS '독시미티' 등이 유행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귀국한 왕스루이는 곧바로 2014년 6월 쓰촨성 청두 첨단기술개발구에서 메드링커를 창업했다. 왕의 창업 동료는 모두 세 명이었다. 한 명은 왕스루이와 같은 구강의학 박사 출신, 나머지 두 명은 각각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넷이즈 출신의 IT 인재였다. 의학과 IT 전문가가 힘을 뭉친 것이다.
창업 초기 의사 전용 SNS로 시작한 메드링커는 점차 의사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는 의료 전문 스타트 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초 SNS 공간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각 분야 전문의들이 메신저에 한데 모여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메드링커는 올해 말까지 하루 100건씩 다학제 진료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 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능력 있는 의사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과 의사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등급 시스템도 구축했다. 하버드 임상능력평가 시스템을 중국 상황에 맞게 개선한 것으로 국가 산하 연구원인 중국 보건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했다.
이외에도 의사들이 서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공간도 만들어 의학 정보교류의 장으로도 자리매김했다. 메드링커는 향후 더 많은 의사 진료 데이터를 수집해 의학 전문 빅데이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단순한 SNS 공간에서 의사 전용 서비스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수익도 창출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밝은 의료시장을 눈 여겨 본 투자자들의 자금도 물밀 듯 밀려오고 있다. 최근 의료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주요 투자자 중 하나다.
회사는 나날이 확장하며 현재 직원 수는 200명에 육박한다. 설립된 지 2년도 채 안돼 기업가치는 4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메드링커는 현재 청두 외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전국 곳곳에 지사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