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의 '수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향후 국회 처리 절차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정된 바 없다’고 함구하고 있지만,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데에는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등 '거부권 군불 때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에서는 19대 국회 막판에 가결된 이 법안을 공포하지 않으면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을 정부로 이송한 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하지 않으면 법률로 확정되지만, 국회가 바뀔 경우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정부나 여당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방안도 고려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사건의 결론이 26일 내려진다.
만약 자동폐기설이 맞다는 유권해석을 얻지 못하거나 전문가들의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면 가장 확실한 카드인 거부권 행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으며 그 명분을 쌓기 위해 '청문회법'의 위헌 가능성과 대국민 피해 우려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23일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제처가 위헌 여부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새누리당도 법조인 출신 의원과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위헌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거부권 행사 최종 결정 시점은 당초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열리는 다음달 7일 국무회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순방 중에라도 전격적으로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오는 31일 국무회의가 그 무대가 될 수 있다.
또 오는 29일 19대 국회가 막을 내린다는 점에서 임기만료 직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를 결정해 자연스럽게 법안을 폐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