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존 리 전 대표(48·미국)가 검찰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24일 귀가했다.
존 리 전 대표는 전날 오후 1시 30분께 검찰청사에 출석한 뒤 15시간 지난 이날 오전 5시께 조사실을 나왔다.
존 리 전 대표는 신현우 전 대표(68·구속)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 경영자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살균제 판매고가 가장 높았던 때다. 그만큼 피해자 수가 많은 시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전' 등 허위 광고로 판매를 유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제품 판매 당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부작용 민원을 보고받았다면 왜 적절한 조치를 안 했는지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본사 지분율이 100%인 한국법인의 성격을 고려할 때 경영 판단에 본사 차원에서 일정 부분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일단 귀가시킨 뒤 추가 조사 여부와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가 살균제 판매 강행과 증거조작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단서가 확보될 경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옥시 외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가해업체로 지목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이어간다.
24일 오전 롯데마트 일상용품 팀장 김모씨와 홈플러스 상품기준관리팀 직원 신모씨 등을 소환해 살균제 출시 및 판매 과정에서 제품 유해성 검증에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