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 논란 확산되나?…생보사 '전전긍긍'

201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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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윤주혜 기자 = # 2006년 A사 생명보험에 가입했던 김씨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딸 아이의 재해사망금 지급 신청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일반사망보험금으로 1억원을 지급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2억원의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2009년 우울증을 앓던 남편을 먼저 보낸 박씨 역시 마찬가지다. 박씨는 로펌에 자문한 결과 "자살이더라도 사망 당시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승소하면 일반 사망보험금외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생보업체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자살을 했을 때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약관이 있다면 보험사가 이를 지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가세했다.

생보업계는 대외적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이지만 논란이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1일 금감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14개 생보사 자살관련보험금 미지급 금액은 약 2500억원이다. 현재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이 가장 많은 보험사는 ING생명으로 815억원(561건)이다. 이어 삼성생명 607억원(877건), 교보생명 265억원(338건), 알리안츠생명 137억원(137건), 동부생명 140억원(119건), 신한생명 99억원(133건), 한화생명 97억원(353건) 등이다. 여기에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한 보험계약 2400건을 포함하면 추산 가능한 미지급 총액은 5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이번 논란은 과거에 판매한 생명보험 약관 중 재해사망특약과 관련된 오류를 대다수 생보사들이 베껴 사용하면서 촉발됐다.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이전에는 대부분의 생보사 약관에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보험사들은 약관 오류인 만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감원에서는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논란의 쟁점을 '자살=재해'로 흐리면서 소멸시효가 지날때까지 지급을 미루는 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 전문가인 보험사의 모든 위법행위는 중과실이고 고의"라며 "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해당 특약과 관련된 모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고 현장실사를 강화해 이를 지키지 않은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서는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행정적 실수인데다 법원 판결을 따르면 될 것을 굳이 금감원이 나서서 사태를 확산시키는 게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자살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이 재해가 아니라는 건 상식"이라며 “자살 예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업계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모양새가 자칫 모럴해저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의 뭇매를 걱정해 '보험금 지급'으로 돌아선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튀는 행동이 자칫 '보험금 미지급사' 오명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신한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은 재해사망보험금 추가 지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하급 법원들의 관련 판결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해사망 보험금이 일반사망 보험금 보다 2∼3배 많아 부담이 크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급에 시간을 끌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계약 건에 관한 소송전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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