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날 때까지 자살보험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살보험과 관련한 주요 쟁점은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지 그 외의 이슈로 논점을 흐리지 말 것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23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법원이 향후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보험가입 후 2년이 경과한 자살과 관련해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올해 2월 16일 기준으로 현재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에 2465억원이며 이중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에 달한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우선 금감원은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고 2년이 지난 후 소멸시효를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는데 보험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의 일부만 지급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보험 전문가인 회사가 보험금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고 일부 사망 보험금만 지급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늦춰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2일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자살 보험 관련 계약의 80% 이상이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했다. 따라서 또 다시 소멸시효 제도에 따른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권한에 따라 검사 제재 및 시정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과 관련해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업계 공동으로 자살 방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살 방조 이슈는 보험금 지급 문제와는 별도며 약관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초점이라는 것.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서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며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에 대해서는 지급절차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 미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보험회사 귀책 사유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등 관련법규 개정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