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常時)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2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공식 검토된 바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상시(常時)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선뜻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는 것은 여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 후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으로 여야 협치 발판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정국은 또다시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20대 국회가 열리면 개정 국회법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에 대해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현안마다 청문회를 연다면 집권후반기 박근혜정부 국정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분당 수준’ 계파 갈등으로 민심도 냉랭한 것도 고민이다. 당장 당청관계는 올스톱됐다.
청와대는 여론 흐름을 지켜보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파리 순방이 오는 2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은 그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는 이르면 23일 이 법안을 정부로 보낼 예정이지만 당장 다음날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곧바로 심의, 의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회가 예정대로 23일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할 경우 정부는 그 다음 날을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법안 공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침 이날(6월7일) 국무회의가 마지노선이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 보냈고,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올리지 않는 방법으로 자동 폐기시켰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는데 제 1,2 야당과 정의당, 무소속, 여당 내 이탈표가 합쳐지면 이를 충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시작부터 싸움을 거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당장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일단 공포한 뒤 향후 20대 국회에서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