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9일 시작된 필리핀 선거 결과에 국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주요 3대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선 이들은 각종 발언과 이력으로 거센 논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 '필리핀 트럼프' 당선 땐 남중국해 문제 등 외교적 긴장도 높아질 듯
필리핀은 이번 선거에서 임기 6년의 16대 대통령을 뽑는다. 전자투표로 당일 개표되며, 결선투표가 없기 때문에 가장 표를 많이 얻은 후보가 6월말에 다음 대통령에 취임한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는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야당 PDP라반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후보는 30% 초반의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했다. 2위인 상원의원 그레이스 포와는 두자릿수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외국 투자기업들은 경제성장 노선을 목표로 삼아왔던 현직 아키노 대통령의 노선이 계속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마저 무산된 상황에서 두테르테 당선을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될 경우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역 안보상황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부분에 있어 두테르테는 중국과 함께 남중국해 자원 공동탐사 등을 내거는 등 친중국적인 성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일본 등과 관계를 강화해온 현 정권과 반대되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역정세가 불안정해 질 수 있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우려를 표했다.
◆ 부통령 선거는 마르코스의 귀환 우려
부통령 선거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과 레니 로브레도 여성 상원의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높은 범죄율과 이어지는 빈근 상황으로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독재에 대한 향수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는 아버지의 독재시절 인권 유린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바 있다. 그는 아버지 시절이 지금보다 나은 황금기였다며 과거보다는 미래를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부통령직을 발판으로 이후 대권에도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두테르테 시장이 대권을 잡으면 정국이 긴장되는 것은 물론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선거 운동이 종료된 가운데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8∼9일 주류 판매와 제공을 금지했으며 경찰과 군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선출하는 공직자와 의원은 총 1만8000여 명에 달하며, 후보자만 해도 4만4700여 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