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정부가 29일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사업권을 상실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이 기사회생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면세점 수를 대거 늘리면서 업계는 생존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이날 중소·중견기업 몫 1곳을 포함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4곳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크루즈 해양관광과 동계스포츠 관광 지원을 위해 부산과 강원에도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설치된다.
이들은 신규 업체와 입찰 경쟁을 해야 하지만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오랜 면세점 운영 경험을 가진데다 바로 영업에 나설 수 있고, 지역적으로도 기존 면세점들과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SK는 정부 발표가 나온 즉시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점을 내세워 입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류 바람과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각국 면세점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을 표했다.
SK네트웍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겸허하고 철저히 준비해 면세점 특허를 반드시 재획득함으로써 관광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및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면세점 대전'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신규 입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현대백화점이 바잉파워(구매력)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명품 브랜드 유치는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면세점 유치전에 나섰던 이랜드 등도 후보로 꼽히지만 정작 이랜드는 재도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진출을 염원하던 두산,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 대부분이 특허를 받은데다, 시내 면세점 수가 늘어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경쟁률은 지난해 '면세점 대전'처럼 치열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 받았지만 사업자가 대거 늘어남으로써 이익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여부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롯데, SK, 현대백화점 등은 자유경쟁을 통해 면세점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두산, 신세계, 에스엠면세점 등은 신규 면세점이 시장에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면세점이 추가되면 과잉 경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추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최대 관심사는 추가되는 면세점의 사업 개시 시점이다.
관세청은 특허심사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특허신청 공고를 게시하고, 4개월의 공고 절차 및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폐점을 앞두고 있는 롯데와 SK는 최대한 빨리 입찰 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6월, 워커힐점은 다음달 폐점 예정이라, 다시 기회를 얻는다 해도 한동안 영업중단은 불가피하다. 고용문제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 공백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반면 신규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경쟁 기간을 줄이기 위해 시내면세점 추가가 최대한 뒤로 미뤄져야 유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