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김선국·노승길 기자 = 정부가 한국경제 체질개선 차원에서 신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신산업을 통해 미래 일자리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구조조정도 가속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부동산시장 활성화, 소비 촉진을 통한 '수요 확충'에서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 관리'로 전환했다.
이는 소비·재정 등 수요 촉진 정책만으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산업·구조조정에 세제·금융 전방위 지원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예산·금융 등 전방위 지원을 펼친다. 우선 신성장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늘린다. 이는 현재 세법상으로 최고 수준의 지원이다.
신산업 기술과 관련한 시설 투자 세액 공제도 신설했다. 신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시설 투자한 금액에 대해 중소기업은 10%, 중견·대기업은 7% 세액공제를 받는다.
신약개발 지원도 확대, 임상 1·2상에만 적용되던 신약개발 R&D 세액공제는 의약품 판매 전 최종 임상시험 단계인 국내 수행 임상 3상까지 확대된다.
현재 고도기술 사업에 한정한 외국인 투자 세액공제를 고도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업종 중심으로 개편, 외국인 투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책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1조원 규모의 '신산업 육성 펀드'를 운영, 신산업 투자가 실패해 손실이 생기면 정부·운용사 출자분으로 우선 충당하고 수익이 생길 때도 정부가 후순위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문화·콘텐츠 등 신성장 분야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정책자금 80조원을 공급한다.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금융지원도 강화된다. 특히 고용사정을 고려해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된다.
정부는 우선 기업이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때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업 분할합병시 과세이연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합병에 따른 중복자산 양도시 과세특례 요건도 완화한다.
이밖에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국채금융기관에 적정 규모의 자본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도 마련한다.
◆미국·중국 등 산업개편 잰걸음…'신산업' 경쟁 돌입
정부가 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이 최근 신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개편에 착수하는 등 세계적으로 '신산업' 경쟁에 돌입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지난해 공공·민간 혁신 촉진을 위한 '국가혁신전략'을 마련하고 ▲R&D 투자 확대 ▲과학기술 인재육성 등 혁신기반을 확충 ▲세제지원 강화 ▲혁신기업 지원 등으로 민간투자 및 혁신 촉진에 나서고 있다.
또 클린에너지 R&D 예산을 5년내 두배 확대하는 '미션 이노베이션' 등 11개 국가적 과제를 선정해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중국은 공격적 R&D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제조 2025'를 수립하며 제조업 강국 이미지를 심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공공 R&D를 대폭 확대(2010~2013년 연평균 11.2%)하고, R&D비용 150% 소득공제 등 적극적 세제지원으로 민간 R&D 촉진(2010~2013년, 연평균 14.8%)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IT 융복합, 품질관리 혁신 등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차세대 IT·신소재·바이오 등 10대 미래 신산업을 선정했다.
일본은 R&D 투자를 GDP 4%까지 확대(2013년 3.48%), R&D 비용 8~10% 세액공제 등으로 민간투자 촉진, 산학연 교류 확대로 혁신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 2020 전략’을 마련하고 R&D에 800억 유로를 투입할 방침이다. 바이오·나노기술·첨단소재에 132억 유로, 에너지·저탄소 등에 152억 유로 등 신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 정책 기조 변화에 "경기 하강 우려…확장적 통화·재정정책도 병행해야"
정부는 기존의 정책 기조를 벗어나 '총공급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중심에 있는 것이 신산업 육성과 기업 구조조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진행과정에서 고용 축소, 투자 위축, 소비 감소 등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총공급 정책과 경기 하강 압력을 완충할 수 있는 총수요 정책을 균형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급격한 성장률의 하락을 방어하려면 통화와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정부는 외환위기만 없을 뿐이지 외환위기 때와 사실상 동일한, 또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 구조조정과 결합된 경기부양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