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현정은 vs 한진해운 최은영, 해운업계 ‘여장부’ 엇갈린 행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글로벌 장기 불황 속에 해운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두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엇갈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은(61)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53) 전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1·2위를 다투며 라이벌로 경쟁하던 ‘여장부’였다.

두 사람의 출발은 비슷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과 최 전 회장은 명망가의 자제로 태어나 남편의 사망으로 기업 경영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현대그룹의 수장이 됐다. 최 전 회장도 남편 조수호 회장과 사별한 이듬해인 2007년부터 한진해운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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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의 부친은 현대상선의 모태인 신한해운을 창업해 키운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다. 현 회장의 조부는 현준호 호남은행 설립자이고, 외조부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김용주 창업자의 아들이며, 현 전 회장은 김 전 대표의 외삼촌인 셈이다.

최 전 회장은 최현열 NK그룹 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깊은 불황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최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경영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4년 11월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한항공에 한진해운 대주주 자리를 넘겼다.

한진해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이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의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변경하고 IT(정보기술)와 프랜차이즈 외식 사업을 중심으로 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현 회장도 결국 지난 2월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포기한 데 이어 3월에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놨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대처는 달랐다. 현 회장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300억원의 사재출연과 함께 ‘알짜 계열사’인 현대증권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반면 최 전 회장은 사재출연은 커녕 오히려 자율협약 신청 공시 이틀 전인 23일 한진해운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해 ‘먹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8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한진해운 주식 37만569주 전량을 팔았다. 최 회장의 두 딸인 조유경, 조유홍씨 역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29만8679주를 각각 전량 매도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진해운 주요 주주였던 최 전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최소 5억 이상의 손실회피를 했는지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서 실패한 것은 다른 사업으로 재기가 가능하지만 사회적 이미지 타격은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두 사람의 행보는 CEO의 필수덕목인 책임경영의 극단적 예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