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주요 금융기관이 소위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옥죄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석탄업 '공급 측면 개혁'이 본격적인 추진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습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 등이 중국에 철강업 과잉생산 해소를 독촉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나와 주목된다.
증권일보(證券日報)는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가 21일 '철강석탄 산업 과잉생산 및 경영난 해소를 위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하고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는 좀비기업의 자금조달 난이도를 높여 파산을 유도해 시장 퇴출 수순을 밟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당국이 최근 추친을 선언한 석탄 철강업계의 '공급 측면 개혁'을 위한 행보로 판단된다.
지난해부터 중국 석탄기업 중 95%가 적자경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자산부채율도 빠르게 상승해 지난해 말 기준 67.9%에 육박했다. 철강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모든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충칭철강은 59억8000만 위안(약 1조527억원)의 막대한 적자를 보였다.
석유·화학전문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ICIS의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 석탄·철강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 없어 생산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업계 구조조정을 독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타격을 입은 국가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심지어 의견에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대신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에는 대출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과잉생산 문제를 해외시장에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20일(현지시간)에는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8개국이 철강 공급과잉 해소와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긴급조치에 합의하고 중국의 동참을 재촉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최로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통상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30개 회원국 공동으로 철강업 구조조정 합의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중국의 거부로 실패하자 20일 일부 국가만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에 "철강 등 과잉생산 해소를 위해 시의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무역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은 이미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최근 석탄·철강업 공급 측면 개혁을 선언하고 철강의 경우 1억~1억5000만t의 생산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