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시스코 최고경영자(CEO)가 19일 국내 굴지의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에 나서면서 사업 협력에 나섰다.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은 이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회동을 시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코의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존 챔버스 전임 회장이 2009년 방한한 이래 7년 만이다. 특히 시스코의 척 로빈스 회장이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아시아 지역 첫 방문지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을 선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 첫 회동은 현대차를 선택했다. 로빈스 회장은 이날 오전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커넥티드 카’ 개발을 논의했다.
현대차와 시스코는 상호 협력을 통해 커넥티드 카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차량 내부에서 이뤄지는 데이터의 송수신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존 자동차는 제어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지 않아 소용량의 저속 네트워크가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미래 커넥티드 카의 경우 제어해야 할 장치와 송수신 데이터 양이 급격히 증가한다. 각종 데이터의 실시간 전달도 필수적이며 차량 내 초고속 연결망 구축도 필요하다.
현대차가 개발하려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기존 차량 네트워크와 비교할 때 획기적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고 차량 내 여러 장치와 개별 통신 및 제어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현대차는 미래 커넥티드 카의 기초 인프라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의 확보와 함께 클라우드, 빅데이터, 커넥티드 카 보안 기술로 구성되는 커넥티드 카 통합 인프라 개발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시간과 공간을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하게 될 미래 커넥티드 카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놀랍고 새로운 생활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 카 및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스 회장는 “이번 협업을 통한 기술적 혁신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즉, 디지털화를 통한 파괴적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커넥티드 카, 보안, 대용량 커뮤니케이션 전 부문에 걸친 기술에서 앞선 양사의 경쟁력이 업계 선두 플랫폼을 구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외에 양사는 커넥티드 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 커넥티드 카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커넥티드 카의 데이터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규 기술들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양사는 이 프로젝트에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참여시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 로빈스 회장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을 만나 양사간 서버 사업, 사물인터넷(IoT) 관련 비즈니스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는 서버 사업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사업 관계를 맺어왔다. 삼성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 등을 시스코에 공급해왔다.
아울러 시스코는 보안상의 이유로 함구하고 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ICT 관련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사 대표와의 회동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