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 "원유철 물러나라" 내분 재점화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친박(친박근혜) 막장 공천' 파동의 중심인 친박계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기는커녕 당권 재장악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일자 비박(비박근혜)계가 반발, 계파 전쟁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윤상현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두고도 계파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4선의 새누리당 비박계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을)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필승지국을 유사 이래 최초로 2당으로 만든 잘못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원유철 비대위원장은 선거결과에 책임지고 물러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인 원 위원장은 지도부로서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지만, 당을 재건할 인물이 당내에 없다는 이유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당권을 거머쥐게 됐다. 

김 의원은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을 겨냥해 "당원 총의로 뽑은 대표(김무성)를 인격 모독에 가깝게 몰아붙였다. 이런 조직에 영(令)이 설 리가 없고,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가 없었다"라며 "(윤상현 의원은) "복당보다는 자숙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복당은 선별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피해자는 당연히 복권되어야 하지만, 책임 있는 윤상현 의원 등은 기다리며 국민께서 미움을 거둘 때까지 자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역시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도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는데 원 원내대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며 "이래서야 어느 국민이 우리 당의 비대위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몸부림을 친다고 믿겠는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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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김영우 의원도 "권력은 분점 돼야 한다"면서 "당청 관계의 정상화는 부르짖는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오신환(왼쪽부터), 황영철, 이학재,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원내대표를 최단 기간 내에 선출한 뒤 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제공]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원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김세연·이학재·황영철·오신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한 데 대해 정면 반발했다.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또 "무소속 의원을 서둘러 복당시킨다고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는 없다"면서 "제1당을 만들어도 여소야대는 여소야대인 만큼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국회운영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