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특집]활개치는 중국자본… “중국 정부와 한국 기업간 대결”

2016-04-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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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중국 기업은 기업이 아닌 정부다.”

중국이 리스크를 무시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돈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해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푸념했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이 대규모 M&A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그 리스크를 감당하고 과감할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중국의 M&A 투자는 자국 수요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성장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중국이 수입하는 제품을 대체해 자국 수요만 흡수해도 M&A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선다.

중국 정부는 먼저 자급력을 높여 수입산을 대체한 다음, 부실기업을 쳐내고 선두기업 위주로 자국 브랜드 위상을 세계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그 연장선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내세워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했다.

이를 위한 지름길이 해외 M&A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국영은행 등을 통해 융통하고, 든든한 실탄을 얻은 중국기업들은 공격적인 M&A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다시 그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13차 5개년 규획 강요’에서 향후 5년간 집중 육성할 첨단 제조업을 발표했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석유보다 수입량이 많은 반도체 칩을 자국 산업에 맡기려고 한다.

칭화유니그룹은 이같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부응해 칼을 뽑아 들었다. 세계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했고, 웨스턴디지털에 지분 투자함으로써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의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인수 시도를 차단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칭화유니그룹의 야심은 꺾이지 않았다. 자오웨이궈 회장은 “M&A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관련 자금으로 300억 달러를 외부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졸업한 칭화대학이 칭화유니그룹의 모회사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 보인다. 칭화유니그룹은 미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인수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중국의 가전기업들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사냥하며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올초 하이얼이 54억 달러에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스카이워스는 작년 독일 메츠의 TV 사업 관련 자산과 브랜드를 약 1억 위안에 인수했고 추가적으로 도시바 인도네시아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샤프의 멕시코 공장을 인수했으며 메이디는 도시바 백색가전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격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 기업을 흡수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보강하고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패러데이퓨처가 만든 스포츠카 형태의 전기차가 큰 관심을 끌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네바다주에 공장을 건설해 미주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주인은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러스왕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로 알려진 자웨팅이다. 중국 자본과 미국의 기술이 합쳐진 형태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급부상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세계 최대 자국 수요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브랜드가 활개를 친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활발한 M&A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국내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국내 기업도 사업 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M&A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인수자금 융자지원이나 합병절차 간소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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