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의 무덤’…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운명은?

2016-04-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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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대표의 검찰 고발에 이어 홍보인력 집단 사퇴로 인한 내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실라키스 대표의 취임 직후 ‘골프채 파손 사건’이 벌어졌고, 올해는 미 인증 차량 불법 판매혐의로 실라키스 대표가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501억9400만원의 법인세 추징 통지를 받았다.
이 같은 악재가 이어지면서 홍보 임원들도 잇달아 사퇴하고 있다. 지난 1월 제품홍보를 맡던 임원이 사직한 데 이어 기업홍보 임원도 사직했으며, 며칠 전에는 홍보부장도 회사를 그만 뒀다.

사직한 당사자들은 ‘개인적인 사정’을 내세우고 있으나, 자동차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벤츠 코리아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홍보부장의 경우 사직한 세 명의 홍보인원 중 가장 오래 재직했을 뿐 아니라, 벤츠 코리아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어서 업계에 던진 충격이 크다.

과거 벤츠는 홍보인력이 수시로 교체되면서 ‘홍보인의 무덤’으로 불리기까지 했었다. 강남 파이낸스센터 시절에는 국내 회사에서 이직한 홍보실 직원이 BMW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이유로 회사의 추궁을 당한 끝에 그만뒀었고, 영국계 수입차 회사에서 잘 나가던 홍보이사도 벤츠로 이직한 후에는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람보르기니의 한국 판매권을 가진 레이싱홍 그룹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말레이시아계 화교(華僑) 재벌그룹이 세운 투자기업 레이싱홍(Lei Shing Hong·利星行)은 1985년 한성자동차를 세우고 20여 년간 국내 벤츠 판매권을 독점해왔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설립된 후에도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를 통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바 있다. 특히 과거 더클래스효성이 수도권 딜러 개소식에 자동차 담당기자를 초청하려 했는데, 한성자동차가 방해하면서 행사가 취소된 일도 있다.

중국의 경우 벤츠 수입법인인 메르세데스 차이나 지분 49%를 보유한 레이싱홍이 한국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딜러십과 판매망을 확대하면서 현지 언론 등 각계로부터 질타를 당했다. 독일 벤츠 본사는 중국에서 파트너인 레이싱홍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결국 메르세데스 차이나에서 레이싱홍 그룹의 지분을 철수시키고 레이싱홍이 보유한 과반의 판매망 규제에 나선 바 있다.

벤츠 코리아에 대한 레이싱홍의 영향력은 하랄트 베렌트에 앞서 대표를 맡았던 이보 마울 전 사장의 사퇴에서도 드러난 있다. 한국통으로 알려진 이보 마울 전 사장은 레이싱홍의 지배력 확대와 딜러간 불공정 경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마찰을 빚은 끝에 결국 지난 2007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츠는 후임 홍보부장을 선임하지 못해 인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벤츠에 대한 업계의 소문이 파다해 신임 홍보부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있었던 폭스바겐의 경우도 홍보부장을 찾지 못해 수 개월간 공석이었다가, 최근에야 전직 홍보실 직원이 복귀한 바 있다.

벤츠에 대한 또 다른 특이점은 홍보대행사와의 관계다. 일반적으로 수입차업체들은 1년 또는 수년 단위로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하는데, 벤츠의 경우는 PR인사이트(대표 박은영)와 약 13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의 홍보인력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대행사는 계속 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벤츠 코리아보다 대행사가 벤츠 사정을 더 잘 아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홍보인력이 오면 한국 매체들의 특징과 특성을 소개하는 일은 대행사가 맡아왔고, 기사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최근 벤츠 코리아의 홍보인력 이탈과 관련, 모 매체가 기사를 썼으나 대행사의 압력으로 기사가 삭제된 경우도 발생했다.

한 자동차 전문기자는 “위 아래로 눈치를 봐야하는 벤츠 홍보직원의 역할을 과연 누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법인 설립 이후 조직이 안정돼 있는 BMW 코리아와 매우 대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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