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외인 듯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지난해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2015대회부터 올해 3라운드까지 7라운드 연속 단독 선두를 지켰다. 더욱 최종일 전반을 마칠 때까지도 2위권에 4타 앞서 1990년 닉 팔도(잉글랜드) 이후 26년만에 대회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6∼9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고 백나인으로 넘어간 스피스. 그의 발걸음은 화창한 날씨와 어울러 가벼워보였다. 그의 ‘난조’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스피스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10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후 11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했다. 그래도 여전히 선두였다.
아멘 코너의 정점이자 ‘골든 벨’이라는 별칭이 있는 12번홀은 길이가 155야드밖에 안된다. 오거스타내셔널GC의 18개 홀 가운데 가장 짧다. 그렇지만, 많은 선수들의 눈물을 짜낸 곳이다.
그린앞에 개울(래스 크릭)이 흐르고, 그린 앞뒤로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바람이 수시로 불고 그 방향도 종잡을 수 없다. 1980년 대회 최종일 우승을 다투던 톰 와이스코프(미국)는 이 홀에서 볼을 다섯 차례나 물에 빠뜨린 후 13타(10오버파)로 홀아웃한 기록이 있다. 13타는 이 대회 역사상 12번홀 최악의 스코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2011년 대회 때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끝에 80타를 치고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스피스의 첫 티샷이 짧은 듯하더니 둔덕을 맞고 뒤로 굴러 물에 빠졌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에어리어로 전진해 친 세 번째 샷은 뒤땅치기성 샷이 되며 또 물에 들어갔다. 다시 1벌타를 받고 그 자리에서 친 다섯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들어갔다. 6온 후 1퍼트로 마무리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파3홀에서 파보다 4타 많은 7타를 쳤으므로 쿼드러플 보기다. 스피스는 순식간에 선두 자리에서 내려갔다.
미국의 골프비평가 허브 워렌 윈드는 11∼13번홀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세 홀을 아멘 코너라고 이름붙였다. 아멘 코너의 희생양이 된 스피스는 “30분간 정말 터프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1931년 12번홀 자리에서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인디언의 영혼 때문에 이 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미신이 있다.’고 전한다.
후반 첫 세 홀에서 6타를 잃은 스피스는 13, 15번홀(이상 파5)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 복귀를 노렸으나 16번홀(파3)에서 2.4m거리의 버디퍼트가 빗나간데 이어 17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잃고 대회 2연패의 꿈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