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실적 공개 말라 vs 무시하는 금융사…뿔난 금융당국

2016-04-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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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일 기준 ISA 가입 현황 (단위:명, 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사들에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실적 공개를 자제하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ISA 판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일부 은행들이 당국의 요청을 무시한 채 실적을 공개하면서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는 출시 3주 만에 가입자수 122만8723명, 가입금액 총 699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은행 가입자수는 112만2624명으로 전체 금융사 가운데 91%를 차지했다. 가입금액도 4078억원을 기록해 증권사보다 앞섰다.

금융당국은 ISA 출시 첫날 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포함한 전체 금융회사의 ISA 판매 총 실적을 공개해왔다. 대신 각 금융사의 실무부서에는 개별(은행별) 실적을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각사별 실적이 노출될 경우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불완전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지시를 깡그리 무시한 채 개별 실적을 실시간으로 쏟아냈다. 급기야 최근에는 당국이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ISA는 하나의 계좌 안에서 예·적금(은행상품), 펀드·ELS·ELD(증권상품), 보험상품 등 다양한 금융회사의 투자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 이자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가능해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계좌 유지 기간은 5년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을 우려한 것도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가입자들이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침과는 달리, 각 개별은행들의 ISA 판매 실적은 출시 첫날부터 공개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첫 날 16만개의 계좌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뒤이어 KEB하나은행(5만1000개), 신한은행(3만1000개), KB국민은행(2만5000개), 우리은행(2만1000개)도 수치를 발표했다. 출시 보름이 지난 후에는 KEB하나은행이 선두자리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개별 실적이 공개되자 영업현장에서는 자사의 ISA 판매 실적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타 은행 대비 가입률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당국의 초반 우려와 같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인을 동원해 가입을 강요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ISA가 실속 없는 '깡통계좌'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ISA 출시 초기부터 불완전판매가 우려된 만큼 당국에서도 개별은행들의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전체적인 판매 수만 집계하고 있다"며 "각 은행별로 지나친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영업창구 교육 강화 등을 당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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