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일승 양방웅
노자가 지은 책을 그동안 《도덕경》이라 불러왔다. 전해오는 판본의 종류가 많아 이들을 통칭하여 ‘통행본’이라 부른다. 통행본을 대표하는 책이 왕필본이다. 1973년에 통행본과 비슷한 것이 발굴되었는데, 이를 ‘백서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백서본보다 200여 년이 이른 춘추시대 말, B.C.475년경에 쓴 ‘초간본(楚簡本)’이 1993년에 출토되었다. 초간본은 공자의 스승인 노담이 지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고원본이다. 백서본은 태사담이 B.C.380년경에 <5천자 노자>를 지어 관윤자에게 주었는데, 이것이 개작되어 나타난 것이 백서본이라고 본다. 백서본과 왕필본에는 ‘인의(仁義)’를 부정하는 글들이 여러 곳에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노자를 반유가적 인물로 여겨왔다. 그렇지만 초간본에는 반유가적인 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백서본과 왕필본이 후대에 일부 개작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노장사상의 근본은 ‘도(道)’에 있다. 노장사상은 사관(史官)들로 이어지는 학파와 은자들로 이어지는 학파에 의하여 전승된다. 사관학파는 <노담→문자→태사담→관윤자→황로학파>를 든다. 사관학파는 현실정치와 가까이 지내면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지닌 통치자와 지배 계층에게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의 방법을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유가와 맥이 통한다. 은자학파는 <양주→열자→장자→장자후학>을 든다. 이들은 현실정치에서 벗어나 은둔하여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자유와 생명을 중시하고, 허례허식을 강조하는 유가들을 비판한다. 후대에 유가와 도가의 갈등이 여기에서 싹이 튼다. 다시 말해 유가는 사관학파와는 친숙하지만, 은자학파와는 소원하다는 점이다.
《노자》는 철학서로써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장자》는 우화들이 많고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 있어 마음이 답답하고 괜히 우울해질 때 가볍게 읽는 책이다. 《장자》를 호방한 해학소설의 원조로 보기도 하며, 중국 역사상 걸출한 10대 문학명저 중에서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오늘날에 알려진 《장자》라는 책은 진(晋)나라 때 곽상이 여러 기록에서 33개장을 수집하여, 이를 내편 7개장•외편15개장•잡편11개장으로 분류해서 정리한 것이다. 내편은 장자가 직접 쓴 오래된 작품이고, 외편•잡편은 후학들이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앞으로 《장자》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