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룹 AOA의 '설현'을 내세운 광고로 뭇매를 맞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위 요즘 가장 핫한 연예인 설현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각종 선거 독려 CF에 예산을 쏟아부었다. 투표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설현을 기용한 광고가 투표율을 높였는지 검증도 하기 전에 광고 자체가 도마위에 올랐다.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 - 화장품 편'에서는 화장품을 고를 때의 조건을 언급하며 "언니, 에센스는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라며 유권자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엄마의 생신 편'에서는 '엄마의 생신'을 투표의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하여,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의 생신(투표의 비유적 표현)'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여동생'을 나무라는 '오빠'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이 정치·사회 문제만큼 중요시하는 것이 화장품, 즉 외모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어 성차별적이다. 또한 여성을 본인의 바쁨을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소위 '이기적'이며 '개념 없는' 유권자, 시민의식 없는 시민으로 묘사함으로써 여성의 정치, 사회적 인식을 비하하고 왜곡할 수 있어 문제적이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차별적인 홍보 영상 배포를 즉각 중단하고 유권자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현의 광고만으로 본다면 일부 층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다. "아니 좋은 취지로 만든 광고에 왜 여성비하니 성차별적인 광고니 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거야?"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선관위의 선거 CF를 본다면 선관위의 투표참여 독려에 대한 시선이 과연 건전(?)한지 의심이 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또 다른 투표 독려 영상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편을 보면 '소개팅남'에게 '소개팅녀'가 뜬금없이 '그거 해봤어요?' '오빠랑 그거 하고 싶긴 한데 아직 그날이 아니라서'라며 말을 흐린다. 소개팅남은 '그거'를 성관계로 이해해 벌어지는 오해를 그리다가 뜬금없이 투표를 하러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여성을 하나의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성관계의 대상으로 성적 대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투표 독려 영상에서 '성관계'를 암시하는 황당한 내용이다. 이 CF를 보고 과연 선거를 하러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의문이다.
설현이라는 최고의 스타를 보는 시선 역시 설현을 여성의 대표격으로 설정하고 '여성들은 투표에 관심이 없다, 여성들은 투표율이 떨어진다, 화장품이나 유흥, 치장하는데만 신경쓰고 투표는 뒷전이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여성이라고 투표율이 떨어지고 남성들은 무조건 정치에 관심이 많을까? 정치에 대한 관심은 개개인의 정치관, 개념, 취향의 차이일 뿐 성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영상은 총 44개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 위에 나온 영상은 삭제됐다. 그 외의 영상들은 랩부터 뉴스, 단순 정보 소개와 토론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지만 대체로 나타나는 공통점은 비슷하다. '놀러 갈 궁리만 하는 청년'과 '화장품, 남자만 밝히는 젊은 여자'의 등장 등이다. 청년과 여성은 선거에 관심 없는 존재, 선거를 휴일날로 생각하고 놀러갈 궁리만 하는 존재로 상정한다.
물론 청년층, 여성이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그들을 투표하러 가지않는다고 비난하는 광고를 만들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투표가 왜 꼭 필요한지 투표의 필요성과 투표로 인해 달라진 우리 사회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 특정 계층에 대한 투표 참여 독려보다 더 전반적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데 쓸모있지 않을까?
한 네티즌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설현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4월 13일 투표 참여 광고보다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새롭게 도입됐다는 '사전투표' 제도를 홍보하는데 쓰자. 오는 4월 8일(금)과 9일(토), 신분증만 지참하면 동네 투표소에서 손쉽게 투표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다. 아직도 '사전 투표' 제도에 대해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유권자가 차고 넘친다. 복잡한 절차 없이 신분증을 통한 신분 확인만 거치면 선거일 당일과 똑같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광범위하고 열성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선관위의 심각한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적인 권리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청년이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권리와 책임을 선거를 통해 이행할 것이다. "다들, 투표하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