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31일 오전 7시 20분.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10번 출구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있던 30여명의 지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 대표와 해당 지역구 정세균 후보의 이름을 번갈아 연호했다.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당 후보 선택 차원을 넘어 앞으로 나라가 어떤 경제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강조하면서 “새누리당 정권 8년의 경제 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삶의 희망을 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쁜 출근길, 잠시 걸음을 멈춰 김 대표의 연설을 유심히 듣던 이모(36)씨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는 지금 희망이 없다.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가면서 주변에 실직자가 늘고 있다. 결혼을 아직 못한 지인도 많다.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간을 찌푸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곽모(59)씨는 “김 대표가 요즘 경제나 민생을 많이 강조하던 데, 막상 언론 기사들을 통해 공약을 보니 별 내용도 없더라”면서 “총선이고 뭐고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시끄럽게 해도 되는 거냐, 선관위에 신고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전 9시 30분 동묘앞역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김 대표는 곧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이 열리는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더민주는 선대위 출정식 장소로 남대문시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로지 서민, 민생부터 챙기겠다는 뜻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도 ‘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으로 사라진 꿈, 최악의 가계부채로 사라진 지갑, 사상 최악의 빈곤율로 사라진 웃음 등 이 모든 것을 되찾아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경제실패를 끝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더민주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선거운동원들이 더민주 총선 로고송인 ‘더더더’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자, 숫자 2번이 커다랗게 붙은 파란색 바람막이를 입고 있던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몸을 들썩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
시장 입구에서 분식을 파는 노점상 김모(45·여)씨는 “한 번쯤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다. 지금처럼은 힘들어서 못살겠다”면서 “야당에서 한 번 바꿔놨으면 좋겠는데, 야권이 저렇게 분열돼 있으니…”라고 말을 흐렸다.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어차피 다 똑같은 정치인 아니냐.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려고 싸워대는 거지, 볼 것도 없다”며 “아들놈은 자꾸 2번을 찍으라고 하는 데, 아직 확실히 결정은 못 했다. 이런 자기들만의 이벤트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정식 이후 김 대표는 중구성동갑(홍익표 후보)과 동대문갑·을(안규백·민병두 후보) 지원유세에 이어 경기 안산 집중유세를 마친 뒤, 서대문갑·을(우상호·김영호 후보) 지원유세를 마지막으로 빡빡했던 하루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