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도박사이트를 차려 번 돈으로 '사무장 병원'을 세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하여 개설한 병원을 일컫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수백억원을 챙기고 이 돈으로 사무장 병원을 세워 운영한 혐의(도박개장·의료법 위반 등)로 신모(43)씨 등 일당 16명과 의사 이모(31)씨를 체포했고, 이 가운데 신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씨 일당은 미국에 도박사이트 서버를 구축하고 2013년 초부터 지난해 12월24일까지 홍콩·마카오·중국 등 해외 현지사무실에서 총 입금액 2조 6000억원 규모의 불법 카지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이트를 홍보, 약 1만 7000여명의 회원을 끌어모았다. 사이트를 운영하며 번 수익금은 마카오 인근 중국 주하이(珠海) 대포계좌와 조선족 환전상의 중국 옌볜(延邊) 계좌, 마카오 등지의 공범 계좌 등을 거쳐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자신의 몫으로만 300억원을 챙긴 신씨는 고가의 차량을 여러 대 구입하고 강남·수도권 주변에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빌려 주기적으로 은신처를 옮겨 다녔다.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좌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부동산도 차명으로 계약했다. 또 수억원의 전세금도 현금 및 수표로 치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씨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고자 의사를 끌어들여 속칭 '사무장 병원'을 차렸다. 월급 11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의사 이씨를 고용하고, 경기 수원 일대에 약 10억원을 투자해 160여평 규모의 척추질환 전문 병원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환자를 받은 이 병원은 하루 평균 매출이 800만원,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1억 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운영이 잘 됐다.
신씨는 사무장 병원을 차린 이유에 대해 "도박이 불법이니 합법적인 사업을 해보려고 알아보던 중 병원을 차리면 좋을 것 같았다"면서 "내가 허리가 안 좋아서 척추질환 병원을 세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되는 불법 행위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회원관리 등을 담당한 공범 4명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