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집단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이 29일부터 발효됐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내 영유권 분쟁,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 주관적 판단에 따라 무력 행사 가능
NHK가 일본 방위성 자료를 인용·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안보법 발효에 따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는 유엔 직원이나 미군 등 다른 나라 부대가 공격을 받을 때도 일본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구조하는 '출동 경호'가 가능해진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되는 육상 자위대가 맡는 임무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수단 수도 주바에 파견된 육상 자위대는 약 350명으로, 현재 도로 정비 등 유엔 PKO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남수단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이 잦은 편이다.
아사히신문 등은 현지 육상 자위대는 앞으로 외국 부대와 함께 무기를 활용, 주민 보호나 경호까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분쟁지역이나 그레이존(전시와 평시의 중간 상태)에도 필요에 따라 자위대를 출동시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 아베 개헌 의지 강조...비난 여론 '계속'
법적으로 안보법이 발효되긴 했지만 아직은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에 위배된다. 헌법 9조 2항에서는 일본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交戰權·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안보법을 통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헌법학자와 대법원 판사 등 다수 전문가들이 위헌이라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부터 각의 통과까지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아베 정권은 논란을 다소 희석하기 위해 헌법 9조를 직접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대신 지난 2014년 '헌법 해석'을 바꾸는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 그러나 당시 일본 법제국(한국의 법제처)이 관련 공문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졸속 처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통상 일본에서는 공문서 관리법상 각의 결정이나 법령 제정 시 경위 등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등 여론이 좋지 않자 아베 정권은 일단 안보법 세부 조치를 가능한 한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룰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수단 '출동 경호'와 외국 부대와의 공동 대응 등도 올해 11월 자위대 교대 파견시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에 무기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미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개정하는 작업도 아직 남아 있지만 비난 여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