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시민관점·시민참여·시민주도 '국민지혜'로 완성

2016-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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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행정자치부차관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대중의 지혜(원제 The Wisdom of Crowds)'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전문가의 지식보다 대중의 지혜를 신뢰하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평범한 다수가 탁월한 소수보다 현명하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는데, 이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주민참여와 집단지성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우리에게 준다.

실제 미국 오바마 정부의 'WE the PEOPLE', 영국 'Fix My Street', 호주 'Run That Town' 등은 정책결정과 문제해결 과정에 다수 시민이 참여한 좋은 사례들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부정책 형성의 한 축으로 시민단체 중심의 국민참여가 시작됐다. 나아가 이를 위해 정부는 청문회, 공청회를 도입하고 국민제안 제도 등 행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단계별로 국민이 부분적으로만 관여함으로써 정책 전 단계에 포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먼저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미흡해 명목상 참여에 그치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 온라인 토론, 공청회, 국민제안, 건의민원, 주민감사청구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참여의 깊이 면에서 보면 낮은 단계인 자문이나 쌍방향 정보소통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행정절차법에 국민 참여 확대 노력, 전자적 정책토론 등 조항이 신설됐지만 구체적 참여 근거로는 아직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참여자의 입장에서 성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는 기존의 낮은 수준의 국민참여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이 주도적으로 정책 전 과정에 참여하는 '민·관 협업 플랫폼정부'를 구축하는 정부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행정자치부에서 2014년부터 '국민디자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해 온 서비스를 서비스디자이너, 정책 전문가, 일반 국민 등으로 구성된 디자인단이 정책제안 단계부터 참여해 새로운 정부서비스와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제도다.

이런 국민참여는 정책과 제도뿐 아니라 국민생활 주변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가장 북쪽 마을인 대성동마을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안보·통일 관광 메카로 만들기 위한 '통일맞이 첫 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는 대표적 성공사례다. 이장, 부녀회장, 교장 등 대성동 주민협의회가 경기도·파주시와 함께 정책제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국민디자인단 11인이 정책설계 등 전문적 재능을 기부했다. 여기에 LH, 새마을금고, KT, KT&G, 네이버, 청호나이스 등 민간·공공기업 사회공헌팀들의 자발적 기부와 국민 참여방식 재원 조달이 더해지면서 명실상부한 민·관 협업이 이뤄졌다.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3월 28일 국민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개통했다. 이 플랫폼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민·관 협업공간으로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의견 제출자와 업무담당자간 단발성 논의에 그쳤던 기존 정책참여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수 참여자가 토론·투표·설문으로 논의 내용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실명인증 방식이 아닌 소셜 로그인 방식을 도입했으며 집단지성·재능기부·자원봉사 등 공동체 역량이 정책설계 및 집행에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예전에는 국민이 제안하는 토론주제의 경우 소관 기관의 승인이 필요했지만 국민참여 플랫폼에서는 이런 승인 절차를 없애 지역생활문제, 사회적서비스의 공동해결, 공동 생산·집행 등 다양한 주제에 주민 스스로 아이디어를 의제화하고, 민관이 이를 공동으로 숙성시킬 수 있도록 했다.

'국가는 서비스 제공, 국민은 서비스 소비'라는 기존 틀을 정부 정책과 서비스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 주도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전환해야 한다. 국민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생산하며 집행하는 '플랫폼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정부3.0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관점(citizens’ perspective)·시민참여(citizens’ participation)·시민주도(citizens’ initiative)가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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