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청주 4살배기 딸 암매장 사건의 시작은 미혼모였던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사망)씨가 재혼 후 숨겨뒀던 딸을 데려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혼모였던 친모 한모씨는 안모(38)씨와 결혼하며 보육원에 뒀던 딸의 존재를 뒤늦게 남편에게 알리고 동거에 들어갔다.
숨진 한씨가 남긴 메모와 안씨를 상대로 한 경찰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안양이 집에 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한씨는 얇은 노트 5권 분량에 자신과 남편, 학대 끝에 죽은 딸 등 불완전한 가족 구성원 3인의 갈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했다.
갈등의 시작은 계부가 의붓딸을 냉대하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한씨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딸에 대한 원망을 동시에 가지며 복잡한 나날을 보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남편에 대한 극한의 원망을 노트에 담아 고스란히 남겨뒀다. 경찰은 "한씨의 노트 곳곳에 남편에 대해 극도로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남편에 대한 증오는 곧 원인 제공자였던 딸에 대한 가혹행위로 이어졌다. 한씨가 남긴 노트에는 숨진 딸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매를 댔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남편 안씨에게 혼났던 일, 숨진 안양을 폭행한 일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고, 남편 안씨가 게임에 빠져들면서 가정 내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울러 안씨와 한씨 사이에서 새로운 아기가 생기며 안양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부부가 안양을 평택의 고아원에 맡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결국 그해 12월 어느 날 4살배기 딸은 바지에 오줌을 쌌고, 만삭의 몸이었던 한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물을 받아둔 욕조에 안양을 혼내키며 머리를 집어넣었다 빼기를 3~4차례 반복했다.
한씨는 저항하던 딸이 미동을 하지 않자 이성을 되찾았지만 때는 늦었다. 남편 안씨에게 애원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말렸다. 뱃속에 출산이 임박한 새 생명이 있다는 이유였다.
부부는 숨진 안양의 시신을 2~3일 집 베란다에 두고 처리를 고민하다 야밤을 틈타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안양은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5년을 은폐해왔던 진실은 장기 미취학생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딸에 대한 죄책감과 수사망이 조여 오면서 한씨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