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여성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농약 음료수 살인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을 밝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은 17일 살인 미수 혐의로 피의자인 이 여성을 구속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11시께 부산 동구에 사는 이모씨(52·여)는 현관문 앞에 놓인 쇼핑백을 발견했다. 장애인협회 스티커가 붙은 쇼핑백 안에는 포도와 쥐포, 요구르트, 피처 맥주 등이 들어 있었다. 이씨는 쇼핑백에 든 피처 맥주병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맥주병 아래에 구멍이 뚫렸고, 이를 메운 흔적을 발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 후 5일 뒤인 16일 오후 1시께 며칠 전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이씨가 정기주문한 요구르트와 1ℓ짜리 우유에도 며칠 전 사건과 유사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이씨와 교제 중인 김모씨(51)의 전 여자친구인 박모씨(52)였다.
3년 전 김씨를 만나 2년간 교제하다가 1년 전 헤어진 박씨는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가 이씨를 만나 같이 사는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자친구가 비장애인인 자신을 버리고 같은 장애인인 이씨를 만난 데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두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길거리에서 주운 못을 불로 달궈 플라스틱 우유 통과 맥주 통 밑바닥에 구멍을 뚫은 뒤 미리 사둔 농약을 붓고 플라스틱 빨대를 녹여 다시 구멍을 메우는 치밀함을 보였다.
농약을 탄 맥주 등이 든 쇼핑백에는 범행을 위장하려고 장애인협회 스티커를 붙였다.
박씨는 또 농약을 탄 맥주 등이 든 쇼핑백을 이씨 집 현관문 앞에 놓은 지난 11일 오후에 맥주를 마셨는지를 확인하려고 공중전화로 이씨와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범행이 실패한 것을 알게 되자 박씨는 다시 2차 범행을 시도한 것이다.
박씨는 최근 농약을 몰래 탄 음료수나 소주로 지인 등을 살해한 사건 보도를 보고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박씨가 최근 많이 보도된 농약 살인사건을 텔레비전을 통해 접하고 '농약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범행을 시인한 박씨는 경찰에서 "배신감에 범행을 저질렀다. 후회된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이씨와 김씨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이별과 배신의 감정이 뒤섞인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입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