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이세기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인간과 기계가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승부에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인간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깨졌다. 생각보다 강력한 인공지능(AI)에 세상은 놀랐고 시장은 관련 분야의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재차 주목했다.
중국 증시에서도 AI 테마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등의 정책과 시대적 흐름을 타고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자체개발 슈퍼컴퓨터, 서버, RAM·ROM은 물론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중커수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 7월 설립된 중커수광은 중국 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 중국과학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체개발 첨단기술을 확보, 중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중국 대표 슈퍼컴퓨터 제조업체다. 슈퍼컴은 연산처리 속도 세계 500위권 내 컴퓨터를 말한다.
중커수광은 지난 2004년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와 함께 11테라플롭스(TeraFlops-초당 1조번)의 연산능력을 갖춘 '수광 4000A' 컴퓨터 개발에 성공해 중국 최초로 세계 슈퍼컴 순위 10위권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 당시 10테라플롭스급 슈퍼컴을 개발한 것은 미국과 일본이 유일했다. 이후 2007년에는 230테라플롭스 연산능력을 갖춘 '수광 5000A'를 선보였고, 2010년에는 1.270페타플롭스(Petaflops-초당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 '싱윈(星雲)'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세계 500대 슈퍼컴' 순위에서도 중커수광의 성적은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500위권 내 진입한 중커수광의 슈퍼컴은 총 49대로 45대를 기록한 IBM을 누르고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상위 100위권에 랭크된 수광의 슈퍼컴만도 무려 34대다. 1, 2위는 500개 슈퍼컴 중 각각 31.2%, 13.8%를 장악한 HP, 미국 정부 기관용 슈퍼컴을 개발하는 크레이가 차지했다.
중커수광은 슈퍼컴 뿐 아니라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생산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서버, 슈퍼컴 등 분야 중국 1위 기업으로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톈진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현재 연간 약 50만대의 관련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2020년 연간 생산량 80만대 달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IT'시대는 가고 'DT'(Data Technology)'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인식하고 데이터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 '데이터 차이나(Data@china)’ 전략을 내놓으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물론 기업, 도시별 클라우드망을 조성하고 이를 연결해 중국 전역이 하나로 연결되는 클라우드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리쥔 중커수광 총재가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중커수광은 관련업체와 협력해 중국 내 이미 20여곳의 클라우드 컴퓨팅 거점을 조성한 상태다.
리 총재는 "중커수광은 도시, 기업 등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 서비스업체로 거듭나려 한다"며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중국 기업의 '인터넷 플러스' 실현을 돕고 산업별, 기업별 융합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 기업의 개혁과 혁신을 돕고, 이와 동시에 중커수광의 광대한 시장, 장미빛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