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가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실낱같은 희망’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라운드에서 공동 15위까지 올라갔으나 3,4라운드에서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지난주(103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주는 2003∼2014년 12년동안 연속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이 대회 최다 출전기록이다. 2004년에는 이 대회 아시아 선수 최고성적인 단독 3위를 기록했다.
그 연속 출전 기록은 지난해 멈췄다. 2010년 ‘제5의 메이저대회’로 일컫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이후 우승소식을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최경주가 2015-2016시즌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1월말 끝난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단독 2위를 했고, 지난달초 피닉스오픈에서 공동 17위, 지난달 중순 노던 트러스트오픈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최경주는 2주동안 휴식을 취한 후 발스파 챔피언십에 나갔다. 이 대회는 최경주가 두 차례(2002, 2006년) 우승한 인연이 있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최경주는 이 대회에서 2개 라운드를 ‘노 버디’로 마쳤다. 첫날(보기만 3개)에 이어 최종일에도 버디없이 보기만 7개 쏟아내며 급전직하했다. 이 대회 샷 정확도는 드라이버샷이 57.69%, 아이언샷이 54.17%에 불과했다. 벙커샷을 잘하는 그였으나 샌드세이브는 40.0%밖에 안됐다. 그린에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 나흘간 맞이한 열 여섯 차례의 파5홀 스코어 합계는 이븐파에 그쳤다. 스윙이 뜻대로 안됐거나 컨디션이 난조라는 얘기다.
최경주가 지난해의 공백을 딛고 올해 마스터스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아주 좁다. 투어 정규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오는 28일 기준 세계랭킹 50위안에 드는 것이다. 랭킹 50위권에 진입하려면 우승해야 하므로 결국 우승밖에는 길이 없다.
최경주가 마스터스 이전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18일 시작하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5일 시작하는 푸에르토리코오픈, 그리고 4월 1일 시작하는 셸휴스턴오픈 세 개다. 푸에르토리코오픈 기간에는 메이저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매치플레이가 열린다. 최경주는 WGC에 출전 자격이 안된다. 또 푸에르토리코오픈은 페덱스컵 풀 포인트가 부여되는 대회가 아니므로 우승해도 마스터스 출전자격을 안준다. 최경주로서는 이번주 아놀드 파머 대회나 이달말 셸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해야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 갈 수 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는 대회 호스트의 위상을 보고 톱랭커들이 상당수 출전한다. 또 셸휴스턴오픈에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경기감각을 조율하려는 유명 선수들이 나가곤 한다. 결정적 순간 ‘뒷심’을 보이며 ‘끈’을 붙잡아온 최경주이지만, 올해 두 대회에서 한 번이라도 우승하는 것은 ‘좁은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경주가 올해 마스터스 출전카드로 한가닥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오거스타내셔널GC의 초청 케이스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시아 지역의 유망 선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관례였고 아예 없을 때도 있었다. 배상문(캘러웨이)은 올해 마스터스 출전자격이 있으나 군복무중이어서 나가지 못한다. 그 대신 최경주에게 초청장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