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더민주·국민의당 합류 요청 거절…“동반성장에 매진할 것”

2016-03-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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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조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대 총선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8일 현실 정치 불참을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정치참여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정치참여는 오히려 그 꿈을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잠시나마 흔들린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매진하겠다”며 “앞으로는 정치라는 권력투쟁의 장 대신, 흙먼지 묻어나고 땀내 나는 삶의 현장을 더 자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잘못된 국가정책을 만들어내는 정치에서 파생된 게 사실”이라며 “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가 문제라면, 현장에서 동반성장을 제도화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전히 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는 않는다”라고 밝힌 뒤 “소통의 길이 막혀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는 정치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것보다 사회활동을 통해 동반성장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거듭 정치 불참 의사를 전했다.

[전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성명서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제 거취에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께 두루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동반성장을 통하여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동반성장을 위하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가야 하겠지만 지금의 정치참여는 오히려 그 꿈을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에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고자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하고 전국을 돌면서, 저는 수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대기업의 횡포로 공장 문을 닫은 중소기업인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들딸의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가장의 한숨 소리를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쫓겨나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중산층의 설움을 보았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앞으로는 정치라는 권력투쟁의 장 대신, 흙먼지 묻어나고 땀내 나는 삶의 현장을 더 자주 찾아가서 어렵고 힘든 분들과 애환을 같이 하겠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사회를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동반성장 사회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지속하겠습니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던 20세기 경제의 특징이 무한경쟁과 독과점이라면, 동반성장은 포용과 공유에 바탕을 둔 21세기의 창의적 패러다임입니다.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과 나날이 악화되는 사회적 양극화라는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동반성장뿐입니다. 동반성장은 인간 중심의 경제정책이자,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정책이요, 정의와 공정을 기조로 하는정치철학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고용주와 노동자, 서울과 지방, 남성과 여성, 남한과 북한이 서로 손잡고 파이를 키우며, 함께 키운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바로 동반성장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잘못된 국가정책을 만들어내는 정치에서 파생된 게 사실입니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치로 귀결되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가 문제라면, 문제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 동반성장을 제도화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통의 길이 막혀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는 정치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사회활동을 통해 동반성장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더 생산적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두어 왔습니다. 동반성장을 통해 분열된 우리 사회가 통합으로 나아가고, 남과 북의 동반성장을 통해 더불어 잘 사는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길에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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