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설 민심을 잡아라."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설 대첩'의 막이 올랐다.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선거 민심을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통한다.
설 민심을 이른바 '장터 효과'로 치환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설 대첩이 '새누리당의 수성이냐, 범야권의 탈환이냐'를 결정짓는 4·13 총선의 1차 분수령이라는 얘기다.
◆장터효과, 너는 누구냐… '밴드왜건'과 직결
4일 여야와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설 민심의 코드명은 △세대·지역·계층 간 소통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중앙정치의 심판 △밥상머리 이슈에 따른 빠른 민심 이동 등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소통 부재에 따른 정치적 고갈심리를 일상적으로 느낀 모든 이들이 설 연휴 기간 이를 쏟아내는 일종의 '배설구'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른바 '장터 효과'에 대해 "명절에는 지역과 세대 등이 만나면서 새로운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정보의 전달과 확산이 빠르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설 민심의 심판 잣대는 '잘한다', '못한다'로 양분할 뿐, 평균값을 산출할 수 있는 중간항이 없다는 점이다. 설 민심이 통상적인 여론조사 수치의 밖에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중간항 없는 설 민심의 특징이 빠른 전달력과 맞물릴 경우 대세에 따르는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는 한층 강화된다. 연휴 직후 여야 중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 이유다. 야당 한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이 설 연휴 직전 창당을 마무리한 것도 설 민심을 의식한 행보"라고 말했다.
◆임기 4년차 '朴대통령'·'一與多野' 심판론 주목
4년 전인 2012년 총선 직전 설 연휴 때도 범야권은 야권중통합(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통합진보당)에 각각 나서면서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톡톡히 봤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1월 셋째 주 정례조사(95% 신뢰수준에서 ± 1.6%포인트·1월 16∼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39.7%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29.1%)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야당의 상승세가 맞물린 결과였다. 민주통합당이 사상 최대의 성과(127석)를 얻고도 참패로 간주된 이유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았다.
현재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을 마친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 국면에 빠졌다. 야당은 다자구도로 분열돼 있다. 새누리당은 '격차 해소', 더불어민주당은 '포용 성장', 국민의당은 '공정 성장' 등 거대 경제담론만 있을 뿐, 87년 체제 이후 고착된 빈부·지역·노사·좌우 이념세력 간 분열 난맥상을 풀 묘수는 없다.
설 민심이 '정권심판·국회심판·정치심판'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총선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설 민심의 관전 포인트로 △여권의 진박 논쟁 △더민주의 호남 민심 △국민의당의 '안철수 사당화' 논란 등을 꼽은 뒤 "이 세 가지 변수에 따라 설 민심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설 밥상머리에는 야권 이슈가 더 많이 올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컨벤션효과가 없어지는 설 이후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