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열전, 우리는 맞수-4] 국책은행 수장 이동걸 산은 회장 vs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2016-02-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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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수장'…수익성·기업 구조조정 해법찾기 '동병상련'

[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최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촉각이 곤두선 이들이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그 주인공. 이들은 정부가 특별법에 의해 설립한 국책은행의 수장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제18대 수출입은행장을 맡았고 이 회장은 이달 산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시작은 다르지만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구조조정과 정책금융기관의 수익성 강화는 두 회장의 공통 과제다.
◆ 최장수 현역 금융맨 이동걸 산은 회장

이달 초 홍기택 전 회장 후임으로 낙점된 이 회장의 어깨는 그 누구보다 무겁다. 회장 임명은 청와대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부가 지목한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회장은 신한은행에서 상무, 부행장 등을 역임하고 신한캐피탈 대표, 굿모닝신한증권 대표,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겸 이사회 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40년간 금융권에서 근무해 현역 회장 중 최장수 CEO로 꼽힌다. 하지만 민간은행 출신의 이 회장이 산은에서 환영받을 리 없었다. 정책금융기관을 이끌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괴롭혔다.

그가 처음으로 넘어야 할 과제 역시 고개를 돌린 노동조합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취임 직전 산은 노조를 직접 만나 공개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는 "노조 이전에 내 자식들인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 당시 이 회장이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자신이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그는 강당 곳곳 화면을 통해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띄우고 언제든지 건의사항을 얘기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이 감내해야 하는 대규모 적자 문제와 자회사 매각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건이다.

이전에 근무했던 굿모닝신한증권 내부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신망이 두텁다. 그 만의 친화력은 물론 오랜 기간 은행에서 근무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은에서도 영향력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 악재겹친 이덕훈 행장…넘어야 할 산 많아

이덕훈 행장 역시 첫 출발은 '낙하산'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시작됐다. 이 행장은 KDI 연구위원, 대한투자신탁 사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꼬리표 제거는 이동걸 회장을 비롯 정책금융기관 수장들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취임 초기 '해외건설 등 고부가가치 전략사업 수주지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그의 포부는 강했다. 하지만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의 마음을 돌리느라, 취임 후 5일이 지나서야 공식 업무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후 이 행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힘썼다. 특히 서강대학교에서 교수를 겸임한 경험이 있어, 행내 젊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여타 CEO와는 달리 화를 잘 내지 않아 '너그러운 행장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평소 등산을 즐겨해 나이에 비해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이 행장은 올초 신년을 맞아 직원 200여명과 강원 태백산 등반을 함께 했다. 오랜 산행에도 지치지 않고 선두를 지켜 오히려 젊은 직원들이 투덜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통경영에도 불구하고 이 행장의 악재는 계속됐다. 지난해 수은이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선정한 모뉴엘이 수출서류를 조작하면서 사기 대출을 받은 게 적발돼 관리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잦은 이 행장의 해외출장도 도마 위에 올라 이 행장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비 필요…리더십 주목

이 회장과 이 행장이 '친박 보은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그 동안 국책은행들이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만큼 효율적인 구조조정도 실행해야 한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부실기업의 정상화 가능성과 자구노력이 있는 지를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며 "무조건 끌려가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수은이 단순한 정책금융 유동성 공급기능을 넘어 산업전반의 체질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관리자의 기능을 강조했다.

수익성 개선도 이들의 공통 과제다.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국책은행들의 적자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산은은 지난해 14.7%, 수은은 같은 기간 10.11%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수준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 이 행장의 리더십이 하루빨리 발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동안 국책은행의 역할이 논란이 된 만큼, 수익성 개선과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과제로 내세운 국책은행 수장들의 목표가 실현돼야 할 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1948년 대구 ▲경북대 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한일은행 입행 ▲신한은행 홍콩현지법인 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석좌교수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1949년 서울 ▲삼선고 ▲서강대 수학·경제학과 석사 ▲미국 웨인주립대 대학원 ▲미국 퍼듀대(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재무부 장관자문관 ▲한국조폐공사 사외이사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우리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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