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초코파이 효과

2016-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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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초코파이가 전주를 살렸다. 전주 관광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주를 떠나면서 초코파이를 한 상자 사가지고 간다. 전주에 함께 오지 못한 가족, 친인척, 친구, 직장동료의 입막음을 하기에 딱 좋기 때문이다.

전주 관광객의 마지막 입맛을 책임지고, 전주를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결국 초코파이가 전주를 팔아주고, 전주가 초코파이를 팔아주니 ‘동반성장’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왜 인기가 많을까? 한옥 마을은 다른 곳에도 많다. 특히 전주는 교통이 불편하다. 그래도 작년에 전주를 찾은 관광객이 60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한옥마을이 시작된 2000년 무렵과 비교하면 15년만에 상전벽해가 됐다. 전주 한옥마을의 인기 비결은 뭘까?. 맛과 멋이다. 다양한 맛집이 관광객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순대국밥, 한정식, 삼천동 막걸리타운 등이 관광객의 혀를 즐겁게 해준다. 간식거리도 많다. 앞에서 소개한 전주 풍년제과의 초코파이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전주에는 판소리축제, 전주영화제, 서예전 등 즐길 거리도 많다.

초코파이는 전주만 살린 게 아니라 망해가던 풍년제과를 살렸다. 1951년 설립된 이후 전병, 즉 ‘센베과자’로 유명했던 전주 최고의 빵집이었다. 1980년대초 전주 고등학생들이 소보로빵과 우유 한잔 앞에 두고 수줍은 미팅을 했던 장소다. 그 풍년제과가 2000년 이후 파리바케뜨, 파리크라상, 뚜레주르 등 대형 빵집 체인점에 밀려 문 닫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 와중에 수제 초코파이가 인터넷과 블로그 등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요즘 평일에는 5000개 이상, 주말에는 1만개 이상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초코파이는 오리온제과를 먹여 살렸다.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특히 러시아에서는 연간 5억개 이상 팔린다고 한다.

초코파이는 북한에서도 인기다. 2005년 무렵부터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에게 오전과 오후 간식시간에 초코파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초과 근로나 야간 근로를 하게 되면 보너스처럼 추가로 지급한다고 한다.

이 초코파이를 모으면 1인당 한달에 100여개가 되다 보니, 이것을 장마당에 유통하게 됐고, 북한 전역으로 초코파이가 퍼져나갔다.

판매 수입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부드럽고 달달한 초코파이는 물론 세련된 제품 포장은 북한 주민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2014년 여름부터 북한 당국은 초코파이 이외의 다른 물품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만들거나 수입한 물품을 우리 기업이 사서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코파이 효과가 무서워진 것이다. 달달한 맛과 세련된 포장,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가 두려웠을 것이다. 모기장을 세운다고 모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듯이, 북한 당국이 남쪽의 초코파이를 금지한다고 ‘초코파이 효과’를 막을 수는 없다.

초코파이를 보면 달콤하고 세련된 남쪽을 생각하는 조건반사적 효과를 어찌 막을 것인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임금과 초코파이 이외에 노동보호물자(약칭 ‘노보물자’)를 지급했다.

6개월에 한번 정도는 작업복과 신발을 지급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 비누, 치약, 칫솔, 수건, 화장지, 면도기 등 생필품을 나눠줬다. 이 역시 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과 ‘초코파이 효과’를 일으켰을 것이다. 일부는 스스로 사용했을 것이지만, 일부는 북한 전역의 장마당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안보 위기를 국운 상승의 기회로 반전시킬 묘책은 없을까? 쿠바는 53년, 리비아는 31년, 이란은 36년간 경제제재를 받았지만 결국 적대관계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국과의 진지한 대화와 협상이었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는 지난 주 인터뷰에서 “냉전시절 소련 젊은이를 수십년에 걸쳐 외부 세계에 노출시켜 소련을 무너뜨렸듯이, 각종 정보와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북한체제가 무너진다”고 했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그 열린 문을 통해 자유의 바람과 ‘초코파이 효과’가 날아 올라가기를 바란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남북대화와 6자 회담 등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주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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