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국방부가 갑자기 일자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를 앞두고 '외교적 고려'를 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한미가 이날 오전 11시께 공동실무단 운용에 관한 약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22일 저녁 공지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약정 체결이 1~2일가량 지연될 것이라고 전날 공지 내용을 수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주 중으로는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약정을 체결한 다음 공동실무단을 가동해 사드 배치를 협의한다는 일정을 짜놨다. 약정은 공동실무단의 양측 책임자와 인원 구성, 회의 의제, 회의 과정 보고체계, 회의록 작성 원칙 등 공동실무단 운영에 관한 규범 성격의 문서이다.
정부가 약정 체결을 돌연 연기한 것에 대해 국방부 안팎에서는 국제외교적인 관계 뿐아니라 국내에서 제기된 사드 논란과 관련한 양국의 이견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공동실무단 구성을 둘러싸고 이견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의 '엇박자'는 아니고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드가 단순한 무기체계 배치 개념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를 두고 막판 조율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가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1∼2일 연기한다고 밝힌 것도 미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 미사일방어망(MD)이 일본을 넘어 한반도까지 묶는 거대한 체계로 확대되어 중국 본토와 연안접근을 막으려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일정부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한 결과를 보고 약정을 체결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회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위를 놓고 미중 간에 막바지 조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최종 담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측과 사실상 최종 담판을 앞두고 '약정 체결' 발표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측에서 약정 체결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공동실무단 약정이 체결돼 사드 배치 문제가 본격적으로 협의되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한 '국제적인 결의'가 희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의 첫 회의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에나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한미동맹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연기가 왕 부장의 방미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양국 실무진 차원에서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것도 약정 체결 연기 배경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애초 23일 약정 체결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봐서는 논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끝났다는 관측이 더 우세해 보인다.
한미 양국의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은 공동 서명이 아니라 양측이 각자 서명을 하고 이를 교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변인은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위한 논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하루 이틀 안에 최종 조율을 끝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