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 연설을 두고 여야는 예상대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연설을 '신뢰와 통합의 메시지'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데 반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한목소리로 실망감을 표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 그리고 북한을 향해 우리 정부의 결연한 북핵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안위를 최우선에 두고 지켜낼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신뢰의 메시지'이자 북한에게 알리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5천만 우리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외치는 '통합의 메시지'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통령께서 너무나 설득력 있게 국민을 향한 말씀을 해 주셨다"며 "너무나 옳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씀을 다 대신 해 주셨다"고 극찬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주장을 다시 꺼낸 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취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휘하는 노동당 지도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통일부 장관의 거듭된 말 바꾸기 논란과 겹쳐 매우 혼란스럽다"고 꼬집으며 "(이는) 대통령 스스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국제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언제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알고도 묵인해온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에 이어 개성공단 운영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한 점은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에 유입되었다는 낭설을 다시 거론했다"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증거가 없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한 홍용표 장관이 무안해지는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 박 대통령, '적장'된 김종인 더민주 대표 조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만났다. 특히 동지 관계였지만 이제는 '적장'이 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우에 관심이 쏠렸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과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개성공단 폐쇄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테러방지법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김종인 대표는 "먼저 그렇게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서 좀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잘 참작해서 대중국외교를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이란 통일이 됐을 때 밝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의 단호한 대처, 핵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대처가 모순되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2014년 3월 이후 23개월만에 만난 김종인 대표에게 맨 먼저 인사를 건네며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다른 참석자들이 나간 이후에도 남아 박 대통령과 3분 가량 대화를 더 나눴다.
둘만의 대화에서 김종인 대표는 '국민이 좀 납득이 갈 수 있도록 왜 그런 개성공단 결정을 급작스럽게 한 것인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해달라'는 얘기를 되풀이했고, 대통령은 특별한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