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카드는 외교 총력전밖에 없다.
한·미·일 공조 강화 등 모든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실질적 해법은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끌어들이는 데 있다.
하지만 북핵 해법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오히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뚜렷이 부각되고 신냉전이 도래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다음 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이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향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3국간 공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중러의 공조도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한·미·일 3국 정상은 두 차례에 걸쳐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기로 하면서 개벌 국가 차원의 독자 제재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는 초강수 대북제재 조치에 들어갔고, 일본 정부도 북한 국적자의 입국금지, 북한 선박과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대북송금 제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를 결정했다.
다음달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제재를 통해 핵동결을 이끌어낸 것처럼 미국 북한제재법안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가 공식화된 가운데 한·미·일의 군사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다. 양국이 역대 '최상의 관계'라고 평가해오던 한중관계는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도 올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은 한결같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 양국 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중미가 충돌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는 한국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통제하는 등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다.
한중, 한러관계가 틀어지면 정부가 4강 외교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냉전 구도를 지연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5월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중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관련, 오는 16일 오전 국회 연설을 통해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따른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안보ㆍ경제의 '복합위기' 국면을 돌파하는 동력을 모으기 위한 국민 단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정치권에 정쟁 중단을 요구하면서 북한의 후방 테러 등에 대비한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제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안과 파견법 등 노동개혁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국회 연설이 성사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